◇글로벌 리더/남상훈 지음/309쪽·1만2000원·인물과사상사
고 정주영 씨는 1970년대 해외 건설공사를 따러 나갈 현대건설 직원들에게 예절 교육부터 했다. 나이가 지긋한 외국인 아주머니를 강사로 초빙해 인사하는 법부터 식사하고 말하고 옷 입는 법까지 배우도록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때 배운 서양 예절이 요즘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세계화 바람이 불었을 때 어느 대기업의 임원들은 1년 동안 해외에서 머물며 체험교육을 받았다. 해외 경험이 없는 중년의 임원들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이 문화 충격을 극복한 이는 훗날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경영을 책임을 지고 있다.
오늘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 경영자들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야 한다. 경영자뿐만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나서는 협상 대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은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이들이 읽어 볼 만하다. 해외생활을 앞두었거나 계획하는 기업의 해외 파견자, 유학생, 해외 특파원, 외교관 등과 그들의 가족에게는 ‘해외 생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지침이 될 수도 있겠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은 문화 충격이다. 해외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될 문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고, 준비가 되면 충격을 피하지 말라는 게 이 책의 충고다. 충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해외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언어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다. 이 책은 글로벌 환경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바로 문화적응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업무 관련 기술 및 관리 능력’과 ‘가정의 안정도 및 적응 능력’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온 후 직장을 다니다가 미국에서 공부한 뒤 캐나다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글로벌 인생’의 경험자이다. 바다에서 돌아온 연어처럼 고향에 돌아와 후학들을 가르치고 기업에서 해외 파견자들을 교육하면서 느낀 소감도 풀어내고 있다.
수출해서 번 돈을 다 써 버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 유학과 연수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책에 이어 더욱 구체적으로 해외 각국의 사정을 소개하는 저작들이 출간되어 해외 생활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영균 기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