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이 평균 이상인 학생이 보습학원에 다니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野依良治·67·사진) 교육재생회의 의장의 주장이 일본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재생회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개헌과 더불어 정권의 양대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교육개혁 청사진을 만드는 기구여서 노요리 의장의 발언에는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요리 의장은 8일 열린 교육재생회의의 한 분과회의에서 평소 지론인 ‘학원 금지’를 다시 한번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잘해 왔다”면서 “옛날에는 가능했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육정책이) 학원의 장삿속에 끌려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나카지마 미네오(中嶋嶺雄) 국제교양대 학장도 “교육재생회의가 ‘학원 금지’와 같은 굵직한 제언을 해야 한다”며 노요리 의장을 지지했다. 또 오노 모토유키(小野元之)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도 “(학원이) 기술적인 것만을 가르쳐 학력이 저하됐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가사이 요시유키(葛西敬之) JR도카이 회장은 “일본의 수학 수준이 학교가 아닌 학원 덕분에 유지돼 온 측면도 있다”고 반론을 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재생회의 사무국 측은 “공교육이 다시 살아나면 학원이 경쟁력을 잃게 돼 자연 도태될 것이다”라는 선에서 일단 정리했다.
이에 따라 교육재생회의가 21일 마련한 제1차 보고서 원안에는 학원금지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4∼6학년의 약 37%, 중학생의 약 51%가 보습학원에 다니고 있다. 초중고교 보습학원과 입시학원을 모두 합한 시장의 규모는 올해 9500억 엔(약 7조6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당초 보습학원을 교육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폈으나 1999년부터 학교와 학원을 공존시키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고베(神戶)의 명문 나타(灘)고를 졸업한 노요리 의장은 교토(京都)대 공업화학과를 나와 나고야(名古屋)대 교수를 지냈으며 200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