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이승엽(30)이 일본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옮겼을 때 그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당시 롯데 코치였던 김성근 SK 감독마저 “롯데에 남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마음속으로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승엽이 옳았다. 주변의 모든 예상을 뒤집고 그는 요리우리의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이달 중순 이병규(32)가 LG를 떠나 일본 주니치로 간다고 발표했다. 그는 과연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병규는 방망이로 공을 맞히는 능력은 자타 공인 최고다. 높건 낮건, 직구건 변화구건 가리지 않는다. 그의 타격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 저런 자세로 안타를 치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투수들이 그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는 것. 투수들은 웬만해선 그와의 정면 승부를 피한다.
그래도 이병규는 꿋꿋하다. 볼넷보다 안타를 좋아하는, 아니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공을 고르려고 마음을 먹어도 타석에만 들어서면 절로 방망이가 나가는” 그는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렇게 하고도 매년 시즌이 끝나고 보면 타율은 3할을 넘어서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분명 ‘천재형 선수’다.
제구력이 좋고, 수 싸움이 훨씬 뛰어난 일본 투수들은 이병규의 이 같은 스타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힘들지 않을까. 그러나 이승엽이 그랬듯 이병규도 숨어 있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순간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국내 타격 코치들은 “4할 타율에 200안타를 칠 선수는 이병규뿐”이라면서도 “내버려 둬도 3할을 치는 선수를 괜히 이래라저래라 했다가 2할대 타자가 되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결국 이병규가 평범한(?) 3할 타자로 머물러 있었던 것은 무대와 시야가 좁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4할 타자가 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주변에서도 그를 채찍질하지 않았다.
이승엽이 일본 진출 3년째에 성공한 것은 2군행을 경험하는 등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이병규 역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를 성공적으로 벗어나는 순간 더욱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