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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기자의 자동차이야기]수입차 거품은 과연 없을까

입력 | 2006-12-28 03:05:00


한국의 산업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을 때는 ‘외제’에 대한 환상이 많았습니다.

1980년대 이전엔 수입 공산품을 가지고 학교에 가면 큰 자랑거리였죠.

교실에서는 보온도시락에서부터 연필 지우개 등을 ‘미제’ 혹은 ‘일제’라며 자랑스레 내보이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국산 연필은 글씨가 짙게 써지지 않고 공책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친구에게서 얻은 노란색 ‘미제’ 연필은 신기할 정도로 부드럽게 잘 써지던 기억이 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는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볼품없던 시절이었고 국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자동차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1987년에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됐지만 워낙 고가(高價)여서 보통 사람들은 구입을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였죠.

그래서 수입차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환상이 컸고 실제로 국산차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 한국의 기술과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품질의 격차는 좁혀지기 시작했고 3년 전부터는 한국차가 세계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최근 수입차를 시승하다 보면 일부 모델은 한국 자동차에 비해 오히려 성능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수입차를 직접 소유해 보지 않은 대부분의 운전자는 아직도 수입차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품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수입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처음 수입차를 구입한 고객들은 품질이나 서비스 문제로 판매회사와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자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4%까지 늘었고 앞으로 7∼8%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동차 수출이 많기 때문에 통상 문제나 국산차의 기술개발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그 정도는 수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수입차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환상 때문에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해외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해 보면 거품이 심한 차종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수입차를 구입하는 것은 좋지만 ‘이유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