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출신 최초의 우주인 후보 선발 실무를 총괄한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은 “한국도 이제 우주과학시대에 대비해 지속적인 우주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이 첫 우주인 후보 선발로 우주 강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최종 후보로 선발된 두 명의 젊은이는 ‘우주인의 꿈’에 대한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서 가슴 졸이는 사람이 있다. 올 4월부터 ‘우주인개발단장’을 맡아 우주인 선발 및 우주 실험 전 과정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최기혁(47) 단장이 바로 그다. 최 단장을 27일 만나 우주인 후보 선발 뒷얘기와 프로젝트의 의미, 우주 강국의 꿈 등을 들었다.》
“열흘간의 우주실험, 돈과 못 바꿀 한국의 자산”
그는 먼저 우주인이 되기 위한 신체조건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설명했다. 라식수술을 했거나 깨알보다 작은 담석이 발견된 지원자도 탈락한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
“지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라식수술을 하면 각막이 얇아져 무중력 상태에서 저압으로 터질 우려가 있다. 담석은 뼛속에서 녹아 나온 칼슘과 뭉쳐져 커질 수도 있다.”
한국인 첫 우주인이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다 오는 비용은 우주 관광객의 비공식 소유스호 탑승 요금(2000만 달러)과 비슷한 200억 원가량이다. 그래서 한국인 첫 우주인을 ‘우주 관광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탑승자 선발 및 훈련 과정이 다르고 ISS에서 하는 임무는 우주인(우주 과학자)만이 할 수 있다”며 신체조건만 맞으면 되는 관광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 우주인’이 되려면 지금보다 2배가량 긴 2년 이상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인 우주인은 관광객처럼 우주선 탑승 시 휴대 물품 무게를 40kg으로 제한해 가급적 가벼운 실험 장비와 재료를 가지고 가야 한다.
최 단장은 이에 대해 “우주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실험 재료인 것도 큰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선 발사 이후 7일간의 ISS 체류 등 10일간 모든 순간의 신체 및 심리 변화 등이 측정 기록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비용은 260억 원가량이다. 그는 ‘고액 이벤트’라는 말도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우주 실험’이 왜 절실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지구상에서는 불가능한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은 우주공간 실험 자료는 아주 간단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는다. 돈을 받고 팔지도 않는다. 스스로 얻어야 한다. 우주 과학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우주선진국 미-러-일 실험데이터 절대 공개 안해
신소재 개발 등 산업적 기대도 커… 기업들도 관심
어릴때 꿈이 ‘비행기 과학자’… 요즘 매일 실험성공 기도
그는 특히 우주 실험의 효용에 대해서는 말을 그치지 못했다.
“일례로 콩나물 기르기 실험은 앞으로 우주공간에서 1년 이상 비행하며 생활할 수도 있는 우주인이 우주선 내에서 콩나물 등 식물을 길러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실험이다. 선진국도 이 분야에 적극적이다.
우주 실험은 순수 과학실험에 그치지 않고 산업적인 기대도 크다. 특히 ‘분자 결정 구조 변경’에 대한 실험은 신소재 개발에 중요하다. 개발된 신소재는 인체 내 혈관에서도 자유롭게 다니는 극소형 로봇의 소재 개발에 필요하다. 전혀 다른 개념의 반도체 소재가 개발될 수도 있다.
40억 년 이상 중력 상태에서 생존해 온 동식물이 무중력 상태가 될 때 분자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실험 결과는 생명공학기술(BT) 분야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한편 우주인이 사용할 제품을 통해 홍보 활동을 하려는 기업의 문의가 잇따르는 등 기업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 단장은 “지구와 교신할 때 자사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굴지의 기업들이 이번 우주인 후보 결정을 계기로 상품 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우주인 보내기 및 실험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한국의 우주 과학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한국 달기지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NASA와 몇 차례 협의도 했다”며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준이 높아 소형 로봇이나 소형 주거 모듈(우주선의 한 단위) 개발 등에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18가지 우주 실험 과제 중 최 단장이 직접 개발한 제품의 실험도 있다. 그는 연구원에서 우주과학팀 팀장을 맡고 있는데 이 팀은 ‘우주 저울’ 실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단장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도 무게를 달 필요성이 많다”며 “한국이 더 정교한 우주 저울을 개발하면 ‘한국산 우주 제품’으로 명성을 떨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비행기 과학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꿈이 우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