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이 바뀌는 하노이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내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확정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전경. 하루가 다르게 계속 신축되는 빌딩으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변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달 중순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연결되는 탕롱 대교를 건너자 왼쪽에 유럽식 흰 대리석 관문이 나타났다. 외국인학교와 고급 빌라가 밀집한 시푸트라 신도시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 물결을 이뤘던 시내 도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점령’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쭝화 신도시에도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뤘다. ‘빅시’와 ‘메트로’ 등 대형 유럽계 할인마트들도 인파로 북적였다.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찾았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불케 하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과 바에는 샤넬과 구찌 브랜드로 빼입은 젊은 남녀들이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노키아 휴대전화의 MP3 플레이어 음악을 즐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후진국’으로 통했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약진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갖춰 ‘포스트 친디아(Chindia·중국 인도)’라는 별명까지 얻은 두 나라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개혁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최근 ‘베트남 부릉부릉(vroom·오토바이 엔진 소리)’이란 기사를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은 동남아의 가장 역동적인 호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4%로 중국(9.9%)보다는 뒤졌으나 인도(7.6%)를 앞질렀다. 특히 GDP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중국(3.3%)과 인도(0.8%)를 제쳤다.
올해 미국 인텔사가 호찌민 북쪽 지역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2008년까지 반도체 조립공장을 짓기로 발표한 것을 비롯해 파나소닉과 야마하 등 일본 회사들도 하노이 외곽에 공장을 건립했다. 캐논도 세계에서 가장 큰 잉크젯 프린터 공장을 이곳에 짓고 있다.
인텔의 대규모 투자는 베트남 정부의 ‘열렬한 구애’로 성사됐다. 지난 2, 3년 동안 인텔의 정보기술(IT) 프로그램을 기꺼이 받아들여 베트남 국민의 디지털 문맹률을 떨어뜨린 것. IT에 눈뜬 베트남이 ‘거대한 시장’으로 변신했으니 인텔도 충분히 실속을 차린 셈이다.
베트남 정부는 7월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통합기업법’을 만들었다. 외국 투자가들에게 다르게 적용하던 전력과 수도 등의 이중 가격제도도 폐지했다.
이달 만난 베트남 투자계획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