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열린 전체 집회 시위 건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불법 폭력 집회와 관련돼 사법처리된 사람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대와 경찰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된 ‘준법집회 협정제도’도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2006년을 ‘평화시위 문화 정착의 원년’으로 삼겠다던 경찰의 목표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불법 집회 관련 구속자 지난해보다 많아=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11월 30일 현재) 모두 9574건의 집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310건에 비해 7.1%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불법 폭력 집회와 관련돼 사법처리된 사람은 83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66명보다 33%나 증가했다. 특히 구속자는 272명으로 지난해 199명보다 37%가 늘었다.
올해 집회 참가 인원은 지난해와 같은 247만 명이었으나 이들이 불법 폭력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투입된 전의경은 3만2000개 부대 335만 명으로 집회 참가자보다 더 많았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는 집회가 늘어 참가 인원이 많아지고 이 때문에 동원되는 경찰력도 늘고 있다”며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법 집회를 사전에 막는 예방 중심에서 사후 법집행을 엄격히 하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시위 정착 노력 집회 주최 측이 외면=경찰은 올해부터 시위대와 경찰 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준법집회 협정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집회 주최 측이 사전 협정을 통해 집회 신고내용을 준수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열겠다고 약속하면 경찰도 가급적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충돌을 피하겠다는 것.
그러나 일부 단체는 경찰의 이런 노력을 외면했다. 경찰이 11월 22일의 한미 FTA 반대 집회가 불법 폭력 집회로 변질된 것을 이유로 들어 한미 FTA 반대 단체들의 11월 29일, 12월 6일 집회를 금지하자 해당 단체들은 경찰의 협정체결 요구에 응하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10일 15만 경찰관에게 보낸 e메일에서 “평화시위 문화 정착이 잡힐 듯 들어올 듯하면서 실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며 올 한 해 평화시위 문화 정착에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