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정말 미스터리예요.”
7월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사령탑에 부임한 스위스 출신 엔디 에글리(48·사진) 감독은 한국에서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지만 텅 빈 축구장 관중석에 가장 놀랐다고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열기는 홈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못잖게 뜨거웠다. 그런데 K리그의 ‘관중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올 한 해 K리그는 총 279경기에 245만5484명의 관중이 들었다. 경기당 평균 8801명. 경남 FC가 창단되면서 지난해보다 39경기나 늘었지만 관중은 오히려 40만 명이 줄었다. 평균 관중은 이웃 일본의 J리그 1만8292명의 반도 안 된다.
도대체 왜 이럴까.
에글리 감독은 “한국은 선수의 체력이나 기량도 스위스리그보다 뛰어나고 인구도 훨씬 많다. 독일 월드컵에서 보여 줬듯이 국민의 열정도 높다. 그런데 관중은 스위스보다도 훨씬 적다”며 “나도 왜 그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열정을 축구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모두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럼 어떻게 끌어와야 할까.
에글리 감독은 우선 ‘감독은 성적만 책임지면 된다’에 반대한다. 팬 없는 축구는 의미가 없으며 감독도 팬을 끌어오고 만족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말도 안 통하는 시민들에게 축구를 보러 오라며 입장권을 나눠준다. 그의 열정에 감동해 경기장을 찾고 팬이 된 사람도 많다.
그는 이미 K리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다. 팬을 끌어들이고 수익을 내려는 노력은 없이 단기적인 성적 경쟁만으로 선수들의 몸값만 과도하게 올리고 있는 것.
에글리 감독과 부산 구단은 2007년 선수 연봉의 기본급을 낮추기로 했다. 그 대신 팀 목표에 맞는 성과에 따른 출전 및 승리 수당은 높이기로 했다. 줄인 비용으로는 서포터스와의 만남, 해운대 비치사커 대회 등 지역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방침.
부산 전재민 사무국장은 “에글리 감독은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려고 무척 애쓴다”고 말했다.
최근 용병 선발을 위해 브라질을 다녀온 뒤 고향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에글리 감독은 내년 1월 8일 입국한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