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회엔리트 재활병원 환자들이 체력강화실에서 근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왼쪽). 이 병원 대형 풀에서 물리치료사의 지시로 재활 훈련을 받고 있는 환자들(오른쪽). 이들은 의료진의 프로그램에 따라 환자 맞춤형 근력강화 훈련을 받는다. 뮌헨=정위용 특파원
《수술을 끝낸 환자는 누구나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회복하고 가정 또는 사회로 돌아가길 원한다. 환자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고 부상 이전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데 재활 치료의 목적이 있다.》
독일의 회엔리트 재활병원은 이런 희망과 목적에 가장 근접한 병원으로 손꼽힌다. 뮌헨 남쪽 호숫가에 세워진 이 병원은 독일 환자들이라면 누구나 입원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 병원은 환자 맞춤형 치료와 재활 훈련, 정신과 신체의 유기적인 회복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환자의 바람을 맞춰 준다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일하다 다리가 부러진 볼프강 루트비히(29) 씨는 뮌헨 시내 정형외과에서 수술받은 지 1주일이 지나 회엔리트 병원을 찾았다. 그가 원한 것은 빠른 회복과 사회 적응이었다. 또 환자이지만 인간적인 존엄성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병원은 다리 상처가 아물지 않은 그를 위해 360도 회전 물침대를 준비했다. 이 침대는 아직 물에 들어갈 수 없는 환자의 몸을 자동으로 돌아눕게 하면서 물리치료의 하나인 수(水)치료를 실시한다.
그가 상처에서 실밥을 제거하자 소형 풀장 치료가 이어졌다. 대형 풀장은 보행 기능이 상당히 회복된 환자가 이용하는 곳이고 소형 풀장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를 위한 시설이다.
이 병원 위르겐 슈미트 부원장은 “심장질환 환자를 위한 세심한 재활 치료 또한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소개했다. 비교적 간단한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중환자도 이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심장병 환자들은 입원할 때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훈련치료실에서 운동할 수 있는 양을 측정받는다. 이 환자들이 운동치료실에 들어가면 자전거 등 지정된 운동기구를 이용하는데 이 기구는 환자의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운동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운동치료실에서 환자를 돌보던 의사들은 운동기구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환자가 감내할 수 있는 운동을 지시한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대부분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는 회복기 상태에 있다. 그렇지만 병원에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에 대비해 첨단 응급 의료장비와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간호 차원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비율도 일정 수준이 유지된다. 정신과의 의사 대 환자 비율은 1 대 10, 다른 재활의학과는 1 대 25. 물리치료를 돕는 트레이너는 환자 8명당 1명이 배치된다.
○사회와 병원을 잇는 다리
이 병원 심리치료 전문의 필리프 마르티우스 박사는 “육체적 재활이 끝나도 사회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사회 적응까지 돌보는 것은 병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의 작업치료는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다. 공장근로자 출신 환자들은 보통 3주 만에 정형외과 재활 훈련을 끝내고 작업치료실에서 공구와 무거운 짐을 옮기는 훈련을 받는다. 물리치료사들은 환자가 완치되지 않았을 때 물건을 효과적으로 옮기는 방법과 추가 부상을 예방하는 법을 알려 준다.
작업치료실에서도 환자의 직업군에 따라 훈련 일정을 다르게 운영한다. 육체노동자는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필요한 팔의 힘을 측정하고 나사를 돌리거나 구슬을 꿰는 훈련을 통해 정교한 손 운동이 가능한지 점검받는다.
주부였던 환자는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훈련을 받으며 회복 정도를 체크한다. 물리 치료사는 환자와 운동 및 통증을 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운동의 범위와 양, 방법을 조절한다.
이 병원 정형외과에서 치료받는 환자의 70%는 자동차회사인 BMW, 아우디 등에서 일하던 산업재해자들이다. 병원 측은 “산업재해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 상실감, 좌절감도 함께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환자의 이용법
이 병원의 재활 영역은 심장질환, 정형외과, 심인성 질환 등 크게 3가지다. 심인성 질환의 1차 재활 치료는 보통 6주가 기본이고 심장 및 정형외과의 1차 치료는 3∼4주가 걸린다.
울창한 숲과 호수를 끼고 있는 이 병원은 뮌헨 남쪽 60km에 있어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뮌헨 시내에서 병원까지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외국인은 e메일 팩스 전화로 입원을 예약할 수 있다. 대부분 의사와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일반 직원들은 독일어만 쓰는 사람이 많다.
환자가 자국에서 치료받은 각종 의료 기록도 e메일이나 팩스로 전송하면 병원이 접수한다. 입원 날짜를 받기 위해서는 선금으로 평균 2000유로(약 245만 원)를 병원이 지정하는 국제계좌로 외화 송금해야 한다. 병원은 입금이 확인된 순간부터 진료 준비에 들어간다.
외국인 환자의 1일 치료비는 평균 150유로이지만 진료 과목마다 차이가 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치료가 끝난 뒤 총입원비가 선금보다 적으면 남은 돈을 돌려받는다.
뮌헨=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위르겐 슈미트 부원장
“친환경적인 의료 시설에서 첨단 의료 프로그램으로 환자가 심신의 장애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병원의 철학입니다.”
회엔리트 재활병원의 위르겐 슈미트(심장병 전문의·사진) 부원장은 “자연과 어우러진 병원 시설과 섬세한 치료 프로그램 덕분에 독일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터는 1967년까지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사유지였다. 바이에른 주 정부가 이곳에 심장센터를 세우면서 재활병원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독일 연금보험회사가 이 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7개 동의 병원 건물은 대형 유리창이 달린 통로로 연결돼 있다. 몸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면서도 언제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슈미트 부원장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단체 재활훈련을 받으면 신체적 한계와 일상생활에 복귀하기까지의 불편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심리적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치료 프로그램에는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s) 치료라는 진료 과목이 포함돼 있었다. 보통 정형외과와 심장과에 입원한 환자들은 의사와 면담을 끝내고 통증 치료, 체력 강화, 마사지 치료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정신신체의학 치료가 병행된다.
슈미트 부원장은 “신체의 일부를 상실했을 때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처럼 신체적 문제가 정신 질병을 유발하거나 심리 질환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입원 환자가 복합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슈미트 부원장은 “치료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고용주를 불러 환자와 면담하는 프로그램도 있다”며 “재활병원의 경쟁력은 첨단 장비보다는 환자 개개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뮌헨=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