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논술고사 채점을 담당한 교수 가운데 상당수는 채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사회조사연구소 황승연(사회학) 교수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과 지방의 국립대 교수 29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7~31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29명(44.3%)이 '논술 채점시 공정성과 일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78명(26.8%), '중립'이라는 응답은 83명(28.5%)이었다.
특히 이공계 교수의 51.0%가 '논술시험 채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인문사회계 교수들(38.2%)보다 논술시험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교수 가운데 219명(75%)은 실제로 논술 답안지를 채점해 본 경험이 있었다.
교수들은 또 '현행 논술고사가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에 적합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에 48.8%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반면 '그렇다'라는 응답은 30.4%였다.
하지만 '논술시험이 대학의 우수학생 선발에 적합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0.1%)는 응답과 '그렇다'는 응답(38.8%)이 비슷했다.
바람직한 대학입시 방법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65.6%로 압도적이었고, △논술+수능+내신 13.1% △수능+내신 12.0% △수능만 6.2% △내신만 1.0% 순이었다.
조사를 실시한 황 교수는 "논술문제를 놓고 교수들조차 '우리가 풀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2~3시간 만에 논술채점을 끝내는 동료 교수를 보고 '제대로 읽기는 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논술시험으로 점수를 매기지 말고 합격, 불합격만 판단하거나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 대학과 전공에 맞는 출제를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