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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나라 집권 위기감? 신년사설서‘매국 반역집단’매도

입력 | 2007-01-03 02:54:00

北 간부들 금수산궁전 참배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새해를 맞아 1일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올해 대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매장시켜야 한다’며 남측 대선에 적극 개입할 뜻을 밝혔다. 왼쪽 앞줄부터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TV 촬영 연합뉴스


1일 발표된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한 정치에 간섭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신년공동사설은 한나라당을 ‘외세를 등에 업은 매국 반역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매국친미적인 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 있게 벌여 나가자”고 선동했다.

북한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친일 경력’을 들고 나온 적이 있지만 신년공동사설에서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해 매도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공동사설의 경우 북한은 “남조선의 친미보수세력은 6·15 통일시대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세우고 저들의 집권 야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친미보수세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또 작년 공동사설은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신보수’의 결탁과 도전을 진보의 대연합으로 짓부숴 버리고 매국 반역집단에 종국적 파멸을 안겨야 한다. 독초는 제때에 뿌리뽑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대선은 한나라당이 중심이 된 ‘매국친미반동세력’을 심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 것은 눈길을 끄는 변화다.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 신년공동사설에 비해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은 강화됐다. 당시 공동사설은 남한을 겨냥해 “주적론을 철회하고 반통일 파쇼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여야 하며 외세에 민족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반역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나 한나라당에 집중 포화를 퍼붓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5·31지방선거 직전엔 ‘남조선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글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6월 10일에는 조평통의 안경호 서기국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파탄나고 온 나라가 미제가 저지른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공개 협박하기도 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올 공동사설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교류를 통한 경제적 실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북한의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해 6월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일련의 발언들은 상호 체제 존중이나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거스른 것으로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