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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방송사 연기 대상 ‘그들만의 잔치’ 이젠 그만

입력 | 2007-01-03 03:05:00


지난해 말에도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기대상 등의 시상식을 열었지만 흥행을 기준으로 한 ‘공로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의 종류나 수상자도 너무 많아 권위나 명예도 인정받기 어려웠다.

‘2006 KBS 연기대상’은 시상기준 등 여러 가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KBS 홈페이지에는 “연기대상이 아닌 시청률 대상”(김영태) 등 항의 글이 600여 건 올랐다. ‘대상’ ‘최우수연기상’ 외에도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 등 여러 상이 주어지면서 방송사의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인연기상’은 박해진 서지석 등 무려 6명이 수상했다.

‘2006 MBC 연기대상’도 마찬가지다. ‘가족상’ ‘중견배우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PD상’ 등 성격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상을 마련했다. 무리한 연장 방영과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은 드라마 ‘주몽’이 ‘연기대상’(송일국), ‘최우수상’(송일국) ‘우수상’(김승수) ‘신인상’(원기준) 등을 휩쓸어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요 부문에서는 공동 수상자가 많았고 ‘신인상’ 수상자는 4명이나 됐다.

이런 현상은 SBS도 비슷하다. ‘2006 SBS 연기대상’의 경우 ‘SBS 뉴 스타상’ 수상자는 고아라 이진욱 윤상현 등 무려 8명이었다. 인기상도 ‘10대 스타상’이라는 이름을 붙여 손예진 등 10명에게 줬다. 두 상의 수상자만 18명에 이른다.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집안 잔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상파들이 드라마 출연과 흥행에 대한 보답으로 자기 식구들만 챙기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신인상은 방송사들이 남발한 나머지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들이 받기도 했다.

수상자 중에는 연기력을 인정받는 연기자도 많다. 하지만 상이 남발되면서 이들의 가치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차라리 행사 이름을 연기대상이 아니라 축제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