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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상호]‘복무단축’ 흔들리지 않은 젊은이들

입력 | 2007-01-08 03:00:00


“혹시 입영 연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군 당국과 병무청 관계자들은 올해 첫 입영 소집일이었던 2일 이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군복무기간 단축 방침을 발표하면서 입영 대상자들의 입소 연기가 잇따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일단 기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훈련소와 보충대를 통해 2일 입대한 인원은 3350명으로 육군이 지난해 병무청에 요청했던 3150명보다 200명이 더 많았다. 청와대 발표 이후 국방부와 병무청에 입영 연기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던 것과는 달리 정작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결심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별다른 동요가 없었던 셈이다.
군 당국은 그동안 내놓고 말은 못했지만 내심 적지 않은 고민을 해 왔다. 갑작스러운 복무기간 단축 방침 발표 이후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정부가 구체적인 군복무 기간 단축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입대를 연기하겠다’, ‘썩는 군대를 뭣 하러 가느냐’, ‘아예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입대를 앞둔 일부 젊은이는 자신들도 복무기간 단축 혜택을 받게 될지 궁금해하며 입대 시기를 저울질하는 듯한 일도 없지 않았다.
만약 대규모 입영 연기 사태가 발생한다면 올해에만 현역 및 대체복무 소요 인력이 1만9000명 정도 부족한 병력자원 수급에 더 큰 차질이 초래될 우려가 컸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군 입대 기피 풍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이 땅의 젊은이들은 당당히 조국의 부름에 따랐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 앞에서 잔꾀를 부리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한의 핵실험과 주한미군 감축 등 안보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불쑥 군복무기간 단축 방침을 밝혔지만 젊은이들은 그 이면에 있는 ‘정치적 노림수’에 현혹되지 않았다.
정든 부모형제를 뒤로하고 어색한 까까머리로 의연히 군문을 들어선 젊은이들이 대견하다. 그들은 군복무가 ‘썩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신세대 장병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국군최고통수권자는 정말 행복한 분이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