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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권리의식 높아진 中 소비-생산자

입력 | 2007-01-09 03:00:00


최근 중국에서는 고객과 업주, 업주와 정부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으레 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29년이 됐지만 중국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목소리만 있었지 소비자와 생산자의 목소리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첫 번째 논쟁은 음식점에서 손님이 가져온 술을 마셨을 때 업소가 술값을 청구할 수 있느냐다.

중국인은 이 돈을 ‘병마개 따주는 값’이라는 뜻의 영어 ‘코키지 차지(corkage charge)’를 직역해 ‘카이핑페이(開甁費)’라 부른다. 대개 술값의 30∼50% 또는 50∼100위안(약 6000∼1만2000원)을 받는다.

이전엔 음식점에 술을 들고 와 마시는 중국인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음식점 술값이 소매가의 3∼5배에 이르면서 이런 손님이 급격히 늘었다.

고객들은 “우리가 사간 술을 마셨는데 왜 업소에 돈을 내야 하느냐”며 불만이 대단하다. 그러나 업주들은 “분위기 있는 장소와 종업원의 서비스, 술잔을 제공했는데 무슨 말이냐”며 맞서고 있다.

관련 기관과 법원도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소비자협회는 “소비자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당장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의 담당 공상국은 “이를 금지할 법규가 없다”며 위법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2002년 2월 충칭(重慶) 시 법원은 “업소가 술잔과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인정된다”며 업주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최근 베이징(北京) 시 법원은 “소비자권익보호법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또 하나의 논쟁은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의 지적재산권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불해야 하느냐다.

문화부와 출판국이 지난해 말 서로 다른 가격과 징수방법을 제시한 가운데 중국음향저작권협회와 중국음악저작권협회가 서로 받아야 한다며 다투고 있다. 징수비용은 방별로 하루 1∼12위안씩 받는 방식과 노래 부를 때마다 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노래방 업주들은 최근 “징수 주체와 가격이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가격표준을 거부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각 경제주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달러 시대를 앞두고 중국의 진통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