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근대건축물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어요. 인천에도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근대건축물이 많은데, 건축공학적 시각에서 이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근대문화유산 지킴이’를 양성해 왔던 손장원(인테리어디자인과) 재능대 교수가 최근 ‘다시 쓰는 인천 근대건축’(간향미디어랩)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저술을 위해 인천항과 자유공원 등 인천 개항장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개항지를 4년간 답사하고 일제강점기 때의 문헌, 신문기사, 자료를 통해 꼼꼼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1950∼90년대에 나온 인천 근대건축물 관련 자료의 오류를 상당수 발견했다. 문화재적 가치가 높지만 방치된 건축물의 실상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로 1910∼30년대 지어진 인천세관 화물계와 선거계 사무실, 후루다양품점, 4층짜리 닛센(日鮮)빌딩을 꼽았다.
이 중 중앙동4가 2-26에 있는 닛센빌딩은 국내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건물 중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는 층수가 가장 높은 건물로 조사됐다.
손 교수는 “1933년 발간된 ‘인천부사(仁川府史)’의 항공촬영 사진을 정밀 검토한 결과 닛센빌딩이 건축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건축 연대도 기존에 알려진 1924년이 아닌 1932년 전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음식점 ‘중화루’ 건너편의 옛 후루다양품점(중앙동4가 8-4)은 모자 넥타이 양산을 팔던 1910년대 인천의 대표적인 양품점으로 서양식 건축양식의 건물이다.
외벽의 눈썹지붕, 2층의 오르내리창 등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는 노래방이 들어서 있다.
손 교수는 이들 건물을 포함해 10여 점을 시급히 근대건축문화재로 지정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근대건축물의 건축재료, 난방기법을 소개한 뒤 주택, 관공서, 종교, 숙박, 관람시설 등의 용도로 나눠 사진과 곁들인 건물 연혁을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일종의 인천 근대건축물 백과사전을 펴낸 셈이다.
그는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1991∼96년)로 지낼 때 전통살림집을 조사하면서 근대건축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해반문화사랑회의 ‘인천정체성 찾기 운동’에 참여했고, 문화재청이 지원한 ‘근대문화유산 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