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면서 ‘신용카드 위기’가 있었던 2002년 이후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6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이 갖고 있는 가계대출 잔액은 345조6000억 원으로 2005년 말(304조7000억 원)보다 40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61조6000억 원이 늘어난 2002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한은은 “지난해 집값 급등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26조8000억 원이 늘어나면서 2002년(45조5000억 원)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3조2000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 원가량 감소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대출 규제와 대출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에서 줄어든 대출 수요가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126조9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7000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증가분(1조5000억 원)보다 2000억 원이 늘어난 것.
한은 측은 “연말에는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아 버리는 사람이 많아 증가 폭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도 지난해 12월에 증가한 것은 주택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넘어오는 ‘풍선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대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 증가 규모는 42조2000억 원으로 2005년(15조 원)보다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43조5000억 원이 늘어나 2005년(11조 원)보다 4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