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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엔 ‘특허경영’ 있다

입력 | 2007-01-11 03:00:00

삼성전자의 특허 포스터들. 사진 제공 삼성전자


‘특허 색약.’

이중삼중의 최첨단 보안 장치가 설치된 삼성전자의 서울 본사와 지역 공장 곳곳에는 요즘 이런 제목의 포스터(사진)가 붙어 있다. 동그란 색약표 안에 희미하게 ‘특허’란 글자가 써 있는 이 포스터는 ‘특허에 약하면 기업의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경고한다.

초일류 디지털회사인 삼성전자에 초등학교에서나 봄직한 아날로그형 계몽 포스터가 붙어 있는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 측은 “초일류 기업은 나름의 독특한 사풍(社風)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특유의 ‘특허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원들에게 특허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스터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 5월부터 게시되기 시작한 ‘특허 포스터’는 2, 3개월에 한번씩 새로운 내용으로 제작되는데 그 톡톡 튀는 디자인과 문구 때문에 경영진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곤 했다.

지난해에는 ‘특허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No Patent No Future)’란 제목으로 5편이 만들어졌다. 그중 ‘사자’ 편은 갈기 대신 파마머리를 한 사자를 그려놓고 “사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 갈기라면, 초일류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특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포스터는 특허의 위력을 상징한 것.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는 힘, 특허만이 가능합니다. 특허로 준비된 힘은 불가능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소중한 핵심기술도 특허가 없으면 지켜낼 수 없다는 의미로 제작된 ‘알맹이만큼 소중한 껍질’이란 제목의 호두 편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부사장급 최고특허책임자(CPO·Chief Patent Officer) 자리를 신설하며 특허경영에 적극 나섰고 올해를 ‘특허 등록 세계 톱3’ 진입의 해로 잡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5위.

삼성전자의 특허경영은 세계적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특허 소송 전쟁’에 대비한 진지 구축 성격도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와 관련해 연평균 10∼13건의 고소를 당하고, 4∼5건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