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1세대 서양사학자로 꼽히는 길현모(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10일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84세.
고인은 1923년 평북 희천에서 훗날 제물포고 초대교장이 되는 길영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 사학과 출신 고 민석홍, 고 양병우, 노명식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광복 이후 국내 서양사학계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1963년 서강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전해종(동양사), 고 이기백(한국사), 이보형·차하순(서양사) 교수와 함께 역사학계에서 ‘서강학파’의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고인은 군부독재를 비판해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한 차례씩 해직의 아픔을 겪었지만 꼿꼿함을 꺾지 않았다. 1983년 한림대 교수로 복직한 이후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66년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한 고인은 실증사학의 대명사인 랑케 사학을 비판하는 논문과 자본주의 이행논쟁 등에 대한 논문을 남겼다.
유족으로 인성 전 서강대 교수, 대성 삼성전자 부장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 장지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02-2072-201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