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는 고교 과학 수업이 줄어들고 선택과목제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을 기피하는 등 과학 교육이 부실하게 이뤄져 국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과학기술계의 경고=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6개 과학기술단체는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초중고교 과학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현행 제7차 교육과정과 2월 공고될 교육과정 개정안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너무 강조해 고교에서 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크게 줄고 과학 교육이 붕괴될 만한 수준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제7차 교육과정 도입 때 주당 4시간인 과학 교과 수업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 과학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고교 2, 3학년 때 배우는 과학Ⅰ, Ⅱ 등 심화과목을 기피하는 학생이 많다”며 “이공계에 진학하는 학생조차 심화 수학과 과학을 배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과학 수업을 주당 4시간으로 환원하고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으로 구성된 과학 교과를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자연공학군으로 묶어 놓은 수학, 과학, 기술·가정을 분리해 과학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김채옥 자연과학부 교수는 “수학 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학생 때문에 수업 진행이 어려워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대로 가면 10년, 20년 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과학 교육의 실상=현행 교육과정은 초등 1학년∼고교 1학년은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으로 10개 과목을 배우고 고교 2, 3학년은 79개 선택과목 중에서 골라 심화학습을 하도록 한다.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문·이과생 공히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배웠다. 그러나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에도 2학년은 과학Ⅰ 4과목을 모두 배우지만 3학년으로 올라가면 Ⅱ과목 가운데 2과목만 배우면 된다.
주요 대학을 제외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의 Ⅱ과목을 반영하지 않아 학생들이 기피한다. 또 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급급해 이공계 공부에 필수적인 수능 수리‘가’형을 필수로 지정하지 않고 ‘가’ ‘나’형 중에서 선택하도록 해 쉬운 ‘나’형을 보고 이공계로 교차 자원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과학 수업 시간이 많지 않아 과학교사 수요도 줄어 서울의 경우 지난해 사회교사는 27명을 임용한 반면 과학교사는 5명을 임용하는 데 그쳤다.
서울 구정고 구수길(생물) 교사는 “현장에 전혀 맞지 않는 선택교과 때문에 과학 교과가 부실하게 운영돼 아이들의 기초 소양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