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금융감독원이 흔들리고 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과 신상식 전 광주지원장이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10일 이근영 전 원장마저 검찰에 소환되면서 출범 8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감원 조직은 문제가 많다며 어떤 형태로든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공무원-민간 조직 장점만 누려
1997년 6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금융개혁위원회는 당시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금감원으로 통합하는 금융규제개혁안을 내놨다.
이때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은 금감원을 재경원 산하 공무원 조직으로 두려 했고, 이 방침에 따라 공무원인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하도록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국회가 금융개혁 법률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은감원 노동조합 등의 요구를 수용해 금감원을 민간기구로 바꿨다. 그런데도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도록 한 조항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9년 1월 출범한 금감원은 공식적으로는 민간 조직이다. 이 때문에 급여도 높고 노조도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회사 감독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가져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함께 대표적인 ‘경제 권부(權府)’로 꼽힌다. ○ ‘관료주의에 도덕적 해이까지’
금감원은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 권한을 위임받아 증권 및 선물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원래는 금감위 내부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 조사를 전담하고 경미한 사안만 금감원에 위탁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감원이 권력기관으로 비치는 것은 인원이 몇 명 되지 않는 금감위에서 위임받은 업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1999년 1월∼2004년 2월 금감원이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금융회사를 제재한 것이 1535건에 이른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퇴직 후에도 자리가 보장된다.
최근 참여연대가 2001년 1월∼2006년 9월 금감원 퇴직자 114명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76명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금융회사에 취직했다.
○ 늘어나는 금감원 직원들
현재 금융업계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영역 간 경계가 없어지는 겸업화 추세에 따라 금융회사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거꾸로 대형화하고 있다. 1999년 말 현재 206개 팀, 1357명이던 조직이 지난해 말에는 220개 팀, 1673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금감원 조직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방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 금융감독청(FSA)처럼 정부에서 완전 독립한 감독기구로 만들면 신용 위기 등이 생길 때 지금보다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직 경제 관료는 “금융회사 인허가 및 감독행위가 공적 영역에 속하는 만큼 금감원을 정부기구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