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1일 개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60년 조금 못된 헌정사에서 아홉 번의 개헌을 했는데, 비슷한 기간 동안 독일은 51번 개헌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독일과 우리의 헌법 개정 상황을 단순한 숫자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는 9차례의 개헌 중 1960년 11월 4차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두 권력구조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즉 대통령 선출 방법, 대통령 임기,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대통령의 연임 제한 등.
이에 반해 독일은 1949년 구서독이 기본법(헌법)을 제정한 이래 51차례 바꾸었지만 일부 내용을 넣거나 빼는 손질에 가깝고 그 내용도 최고권력자나 권력 구조 등에 관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독일 기본법도 제정 후 58년 동안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손질을 거쳤다. 하지만 핵심 조항인 국민기본권, 권력 구조, 선거 조항에는 손질이 전혀 가해지지 않았다. 독일이 헌법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헌법의 역할을 맡는 법’이라는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징병제 도입을 규정했으며 1968년에는 전쟁과 천재지변 때의 임시조치 규정이 부가됐다.
1990년에는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기본법을 바꿔 ‘헌법(Verfassung)’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운영을 통해 효율성이 증명된 서독 기본법을 수호하는 데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가 이뤄졌다.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새로 연방에 속하게 된 5개 주를 영토 관련 내용에 명기하는 작은 수정에 그쳤다.
그 밖에 1992년에는 유럽연합(EU) 가입, 1994년 환경보호, 2002년 동물보호 조항이 삽입된 것이 ‘가장 중요한 개정 사항’으로 꼽힐 정도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