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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병마 딛고 뛰는 선수에게 박수를…

입력 | 2007-01-16 03:01:00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 모리모토 히초리(26)라는 선수가 있다. 희철(稀哲)은 일본어로는 히초리로 읽힌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한국계 선수다.

일본프로야구의 최고 스타였던 신조 쓰요시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면서 그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등번호 1번도 물려줬다. 뛰어난 야구 실력에 신조의 후광을 업고 그는 눈 깜짝할 새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1월부턴 한 화장품회사의 광고 모델로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간 그가 겪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릴 적 그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인 모를 병을 앓았다. 한국계에 희귀병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그는 치고 달렸다.

묵묵히 고난을 이겨낸 그는 병이 회복된 요즘도 매일 아침 면도칼로 머리를 깨끗이 민다. 당시의 고통을 잊지 않고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연말 NHK에서 방영된 그의 다큐멘터리는 많은 야구팬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프로야구에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오히려 모리모토보다 선수로선 더욱 치명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화의 2년차 내야수 최주녕(24). 그의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다. 중앙대 2학년 때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아 눈을 다쳤다. 한 달간 입원을 했고, 1년간은 야구를 하지 못했다. 누구나 “그의 야구 인생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한번 해 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양쪽 눈의 균형이 맞지 않아 처음엔 날아오는 공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죽자 사자 매달렸다. 가까이서 공을 던지면 눈이 따라가는 훈련부터 착실히 했고 마침내 프로에 입단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생활엔 큰 불편이 없지만 솔직히 야구는 한 눈으로 한다”고 말한다. 100m를 11초 초반에 뛰는 그는 한화의 기대주다. 신인이던 작년에는 오른 발목 골절을 당해 또 한번 좌절했지만 올해는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밖에 KIA 김원섭은 만성간염을 안고 뛰고 있다. SK 조중근은 태어날 때부터 신장이 하나 없어 쉽게 피로를 느낀다.

프로야구는 꿈과 희망과 용기의 스포츠다. 이들의 성공으로 2007년 프로야구에 다양한 ‘인간 극장’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