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중장년층 남성들도 이제 과거와 달리 ‘트로피 아내(Trophy Wife·젊고 아름다운 전업주부)’ 대신 ‘파워 커플(power couples·고소득 맞벌이 부부)’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로피 아내’는 1980년대 말부터 쓰인 용어로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부상(副賞)으로 트로피를 받듯 이혼 후 젊고 아름다운 전업주부를 아내로 얻는 추세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14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미국 인디애나 주 퍼듀대 경제학과 폴 칼린 교수가 학술지 ‘노동경제학’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성공한 남성들이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전업주부보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을 아내로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칼린 교수의 연구 결과 1980년대만 해도 남성의 연봉이 높을수록 아내의 일하는 시간이 적었지만 최근 남성의 연봉과 아내의 근무시간의 상관관계가 처음으로 뒤집혔다는 것. 이번 조사에서는 아내의 근무시간이 연간 1000시간을 넘으면 남편의 연봉도 5.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일차적으로는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줄고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한 때문이다. 1970년에 45%였던 남녀 임금 격차는 2002년에는 25%로 낮아졌다. 1980년대 초반 50%이던 기혼여성 취업률도 최근 70%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파워 커플’의 등장을 남성이 여성의 성공을 받아들이는 추세가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성공한 중장년층 남성이 맞벌이로 일하는 새로운 유형의 부부를 ‘파워 커플’로 이름 붙였다. 그 예로는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존스 부부, 영국의 에드 볼스 재무부 차관과 이베트 쿠퍼 지방정부 차관 부부를 꼽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파워 커플’의 등장이 다른 계층과의 소득 격차가 엄청난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출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한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간섭을 아예 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여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맨해튼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샬라 아지지안(50) 씨가 샤넬 가방을 사면서 현금 2000달러를 냈다고 전했다. 동전 한 푼 쓰는 것에 인색한 남편이나 남자친구와의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려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 과소비를 자책하는 여성들이 매달 청구되는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NDP그룹의 마셜 코언 씨는 매주 100명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여성들이 150달러에서 1만 달러에 이르는 물품 구입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 현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은 한결같이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명품 구입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현금으로 쇼핑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