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으로 찾아온 한 여성이 눈물분비량을 검사하기 위해 눈 속에 테스트 종이를 붙였다. 5분 동안 10mm 이하로 젖으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안구건조증 증상과 치료
‘눈이 따갑고 바람이 불면 눈에서 눈물이 나요.’
겨울철 눈이 따갑다거나 가려움, 이물감 등을 느끼는 눈 마름증(안구건조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실내 난방을 하면서 건조한 환경에서 지내는 직장인일수록 갖가지 ‘눈 고통’을 많이 호소한다.
세란병원 이영기 원장은 “안구 건조증은 연령과 상관없이 발생하며 특히 컴퓨터 사용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폐경기 여성들은 눈물샘 조직 내 분비 기능이 떨어지면서 건조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눈물’ 없어 눈물나는 병
흔히 안구건조증이라고 하면 슬퍼도 눈물이 나지 않는 병이라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에 걸리면 반대로 보통사람보다 눈물이 더 많다.
이는 눈물에도 두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본적인 눈물’과 ‘반사적인 눈물’ 두 가지다. 기본적인 눈물은 눈 표면에 항상 일정량 존재하면서 윤활 기능과 세균이나 이물을 세척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등 눈물 그 자체의 기능에 충실한(?) 눈물이다.
이에 비해 반사적인 눈물은 즉각적인 감정에 대한 반사기능, 즉 슬프거나 아플 때, 눈에 자극을 받았을 때 반사적으로 흘리는 눈물이다.
안구건조증 환자가 부족한 것은 이 중에서 ‘기본적인 눈물’이다. 윤활유가 없어 자극을 쉽게 받은 눈은 눈물(반사적인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본 눈물이 나오지 않아 눈이 뻑뻑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눈물의 양에는 문제가 없는데 눈물의 질이 문제인 경우도 있다. 평소 우리 눈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눈물은 지방층·수성층·점액층 3가지 성분으로 나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눈물이 쉽게 마른다. 따라서 눈물 문제로 인한 진단을 위해서는 분비에 관한 검사와 눈물 양과 성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된다.
○ 안구건조증 치료는
부족한 눈물을 보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눈물(인공누액)을 넣어주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치료.
인공누액은 기본적인 눈물의 3가지 성분인 지방층·수성층·점액층이 잘 유지되도록 한다. 하지만 치료약이 아니고 단지 부족한 눈물을 보충해 주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간혹 인공누액 대신 생리식염수나 소염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생리식염수는 눈을 잠시 적셔 주는 효과는 있지만 눈물의 면역 물질 등 중요 성분을 씻어내므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소염제를 함부로 사용할 경우에는 녹내장·백내장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잠잘 땐 인공누액을 젤 타입으로 만든 누액 연고를 사용할 수 있다. 연고로도 증상이 악화될 경우 아예 눈물이 내려가는 눈물길을 막는 눈물길 폐쇄 시술을 한다.
안구건조증이 오래 지속되면 염증이 유발되며 이는 다시 안구건조증을 악화시켜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최근엔 건조증으로 인한 염증을 차단하는 사이클로스포린 제제 안약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 1시간마다 10분씩 눈 휴식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려면 충분한 수분 흡수를 위해 하루 8∼10컵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1분에 20∼30회 눈을 깜빡이지만 책이나 컴퓨터를 볼 때는 눈꺼풀의 깜박거리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눈이 쉽게 마르기 쉽다. 따라서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각막을 덮고 있는 눈물층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책 TV 컴퓨터 모니터를 눈 위치보다 약간 아래쪽에 둠으로써 눈꺼풀 틈새를 작게 해 주도록 한다.
실내 온도를 섭씨 18도 정도로 유지하거나 가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60% 정도로 맞춰 주면 눈물의 증발을 줄여 증세를 호전시킨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1시간에 10분 정도는 쉬는 게 좋다. 이때 먼 곳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을 보기 위해 눈에 들어갔던 힘이 풀려 눈이 편안하게 되므로 안구건조증 예방에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