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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物主의 大選

입력 | 2007-01-17 20:07:00


“한나라당 재집권이 어떻게 남조선 내부 문제로만 되겠는가.” 북한 노동신문이 어제 “한나라당의 재집권 책동은 북남관계를 대결 국면으로 돌려세우고 전쟁의 참화를 몰아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한 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반격성 주장이다. 연초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반(反)보수 대연합 구축’을 선동하자 박 전 대표는 “올해 대선은 여야 대결이 아니라 ‘야당 대 여당-북한의 합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남한 내 친북세력에 지침을 내리듯 “올해 한국 대선을 계기로 매국적인 친미 반동 보수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 있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를 통해 한나라당 집권 저지투쟁을 부추겼다. 노골적 대선 개입 시도다. 친북단체들은 이런 행동지침을 복명복창(復命復唱)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 몰래 핵을 개발할 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한의 물주(物主) 역할을 충실히 했다. 1998년 이후 경수로 건설, 쌀과 비료 지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들어간 남북협력기금이 4조4700억 원이다. 올해 대북지원예산까지 포함하면 10년 동안 남북협력 명목으로 북에 넘겨준 국민 세금이 5조5000억 원에 이른다. 대선 결과에 따라선 인심 좋고 다루기 쉬운 물주와의 10년 밀월이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북의 조바심도 이해가 된다.

▷우리 선거에 북이 변수가 된 적도 많다. 1987년 대선 때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해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 2000년 4·13총선 때에는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가 오히려 역풍이 돼 여당의 패배에 ‘한몫’했다. 새해 벽두부터 정부 여당 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지원 재개를 거론하는 것도 그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북한 정권이 ‘물주의 대선’에 끼어드는 것이 효험이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