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에는 높은 연봉에 매료된 ‘똑똑한’ 젊은이의 지원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연봉 정보 제공 전문회사인 ‘페이오픈’이 조사한 결과 국내 은행권의 전체 평균 연봉은 3332만 원이었습니다. 일부 국책은행은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8000만 원에 이르러 ‘신(神)이 내린 직장’이란 별칭까지 붙었습니다.
은행들은 밀려드는 인재 때문에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요.
지난해 이틀에 걸쳐 최종 면접을 한 국민은행은 면접 첫날 질문이 인터넷을 통해 지원자들에게 퍼지는 바람에 둘째 날 다른 질문을 부리나케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 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 지원자들은 면접의 모범 답안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로 줄줄 꿰고 있다”면서 “돈을 보고 찾아든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된 지원자를 가려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신한은행이 최근 실시한 신입 행원 면접에서도 가치관 평가 항목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정치적 이슈를 금기시해 온 은행권 면접의 관행을 깨고 주적(主敵) 개념과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는군요.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시장 경제 마인드도 평가됐답니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바라는 ‘올바른 가치관’은 과연 무엇일까요. 각 은행 임원들은 한결같이 조직에 대한 충성과 열의, 상식을 갖춘 착한 심성을 꼽습니다.
우리은행의 인사 담당 부행장은 국내 대학을 나온 해외 경영학석사(MBA)를 뽑기 위해 17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얼마 전 글로벌 경영을 한다고 해외 교포들을 뽑았다가 실패한 적이 있거든요. 몇몇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창구 근무를 하다가 “시시한 일은 싫다”며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이달 초 37세의 사상 최고령 신입 행원을 맞았습니다. 한은은 3년 전부터 나이 제한을 없앴습니다. 인재가 재산인 요즘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진 직원이 금융 사고라도 내면 은행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은행에 들어가고 싶나요. 실력은 기본이고 ‘꽃보다 아름다운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