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들은 설렌다. 1년 동안 지옥 같았던 수험생 생활. 그토록 바라던 캠퍼스의 봄이 눈앞에 다가왔다.
‘두발제한’이여, 안녕. 머리를 지하철 노선 색깔별로 물들이든, 귀걸이 코걸이를 하든 그 누가 뭐라 할까. 몰래 교복치마 줄이던 시절도 끝.
생머리 휘날리며 전공서적 들고 ‘또각또각’ 소리 내 걸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동아리, 캠퍼스 커플, MT, 인턴, 아르바이트…. 꿈 같던 단어들이 이젠 남의 얘기가 아니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대학 4년, 더 나아가 인생이 달라진다. 그래서 모았다, 캠퍼스 멋쟁이로 꼽히는 ‘고참’들을. 패션도, 공부도, 놀기도 열심인 선배들이 모여 ‘새내기를 위한 대학생활의 모든 것’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고려대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 김철한(20),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태근(21), 경영학과 신성진(24), 이화여대 조소과 김민경(22), 산업디자인학과 김진희(23) 씨가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훈수를 했다.》
대학 새내기 위한 캠퍼스 패션 & 라이프 제안
√ 골라 입는 재미가 있다!
요즘 캠퍼스 패션 유행에 대해 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면바지+폴로 풍 셔츠+닥터 마틴 풍 구두’가 정답이었다. 그 뒤엔 ‘검정 반 스타킹+미니스커트’가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빈티지 파(낡은 듯한 옷) △스키니 파(달라붙는 옷) △캐주얼 파 △정장 파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특히 남학생들의 패션이 형형색색, 다양해진 게 특징.
“요즘은 1교시에도 남자들 머리가 깔끔하게 왁스로 정리돼 있어요. 패션은 ‘자기 관리’의 상징이니까. 몸짱 열풍 때문에 학교 내 헬스클럽에 등록하려면 밤을 새워야할 정도인 걸요.” (신성진)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위해 모인 학생들도 가지각색 스타일이었다.
질질 끌리는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고려대 김철한 씨. 허리는 25인치인데 바지 사이즈는 34인치란다. 흑인음악을 좋아하고, 힙합동아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만큼 힙합 마니아다.
“힙합이 캠퍼스 주류 스타일은 아니지만 좋아하니까 입는 거예요. 동아리 친구들과 동대문 새벽쇼핑을 즐겨요. ‘헬로 에이피엠’과 ‘청대문’에 많이 갑니다.”
연세대 신성진 씨는 감각 있는 패션을 즐긴다. 흰색 ‘D&G’ 티셔츠에 ‘제너럴 아이디어 by 최범석’ 회색 재킷, 디자이너 장광효 씨의 리본 달린 넥타이를 하고 나왔다.
학생이 옷차림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대신 술값 같은 유흥비를 안 쓰는 걸요. 시즌별로 몇몇 아이템만 구입하고, 인터넷 쇼핑몰 옷이랑 잘 섞어 입어요.”
연세대 김태근 씨는 깔끔한 캐주얼 파. 정장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등 ‘믹스 & 매치’를 선호한다. 그는 ‘트루 릴리전’ 청바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모자 티셔츠에 반팔 흰 티 겹쳐 입기, 검정 재킷, ‘컨버스’ 스니커즈(일부러 밟아서 때탄 듯 만드는 게 묘미) 차림으로 등장했다.
“수업마다 조 발표가 많아요. 이 땐 ‘폴 스미스’ 보라색 줄무늬 셔츠에 넥타이를 하죠.”
여대생들도 캐주얼 파와 정장 파로 나뉘었다.
캐주얼 파인 이화여대 김진희 씨는 미니스커트에 롱부츠, 회색 민소매 셔츠 위에 흰색 면 블라우스를 입고 나타났다. 핑크색의 굵은 머리띠와 커다란 액세서리가 포인트.
반면 같은 학교 김민경 씨는 정장 파다. ‘모조 에스핀’ 검정 실크 블라우스에 물방울무늬 스커트를 입었다. 쇼핑 노하우가 대단하다. 이태원, 동대문 새벽시장, 백화점, 인터넷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등에서 원하는 걸 찾아 입는다.
“가방은 이름 있는 걸 매려고 해요. 오래 쓸 수 있으니까.” 최근 대학가에서 인기 있는 명품 가방은 루이비통의 원통모양 ‘스피디’ 백. 물론 가짜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한다.
√ 오버하지 마세요
“봄 학기 캠퍼스엔 좀 이상한 패션이 나왔다가 여름방학이 되면 정리가 돼요. 새내기들의 ‘도전정신’ 덕분이죠.” (김태근)
“특히 남학생들은 해방감의 표출인지 노랑 물을 들이거나 ‘배용준 머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신성진)
“새내기 여학생들은 자기 사이즈를 잘 몰라서 어색하게 큰 옷을 입곤 해요. 자기 체형을 아는 게 중요하죠.” (김민경)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옷이나 튀는 염색, 과도한 액세서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는 것.
김태근 씨는 “블랙과 화이트 계열 의상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면서 “깔끔한 차림에 하나씩 개성을 더해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개팅과 미팅에서 ‘폭탄’으로 전락하지 않는 비법은 뭘까. 남녀 모두 유행과 관계없이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창업 인턴 공부 연애… 4년 노력의 끝은 천차만별
√ 장래를 위한 투자에도 신경 써야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발 사업을 시작해 매달 1000만 원을 버는 친구도 있어요. 창업, 인턴, 공부, 연애….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4년의 끝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김진희)
이들은 졸업반이 돼 취업난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새내기 시절부터 꿈을 탐색하고 인맥을 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성진 씨는 벤처회사 부사장의 직함이 있다. 산학협동 연계 수업을 듣다 발탁됐다. 김진희 씨도 LG생활건강과 연계된 수업을 들으며 인맥을 쌓아 이듬해 브랜드 모니터로 활동했다. 선배에게 소개받아 다이어리 일러스트 제작 일도 맡고 있다. 김민경 씨는 영화 미술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김태근 씨는 “많은 대학생이 패션, 취미생활, 자기관리에 투자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 한다”면서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친구, 선배와 깊은 인간관계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한 씨는 힙합 공연을 하고 과외 아르바이트 3개를 뛰면서도 장학금을 받는다. 방세와 학비를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고. 그는 “밤새워 공연 연습을 해도 조금만 노력하면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다”면서 “고3 때의 긴장을 확 풀어버리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꿈을 탐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기환(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