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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캐릭터… 영화 같은 화면 구성

입력 | 2007-01-20 03:01:00

20세기 소년


《질문 하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커다란 관심을 모으는 사람은 ‘용사마’ 배용준이나 가수 보아를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만화에서는 우라사와 나오키가 정답이다.

‘마스터 키튼’ ‘야와라’ ‘해피’ ‘몬스터’ ‘20세기 소년’, 그리고 최신작 ‘플루토’까지. 나오는 작품마다 한일 양국에서 히트를 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 덩크’ 같은 사회적 반향은 없지만 언제나 주목받는 우라사와. 이번 주말엔 그의 독특한 만화 세계에 빠져 보자.》

○ 로봇을 통해 돌아보는 인간의 본성

국내에서 2권까지 나온 플루토(서울문화사)는 출시 자체가 화제였다.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한국명 우주소년 아톰)이 원작이기 때문.

아톰 시리즈 가운데 ‘지상 최대의 로봇’ 편을 재구성한 플루토는 SF 미래세계가 배경.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봇 중 하나인 몽블랑과 인간인 로봇보호단체 간부가 비슷한 시기에 죽는다. 둘 다 동일범의 짓. 그러나 로봇은 인간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인간인지 로봇인지도 모르는 범인을 로봇형사 게지히트와 아톰이 쫓는다.

추리 수사물의 형식을 빌린 플루토는 우라사와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모든 캐릭터가 나름의 사정과 개성을 갖고 있다. 악역이나 조역마저도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인간성에 맞닿아 있다.

아톰을 비롯한 수많은 로봇은 대부분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몇몇 로봇들은 완벽한 인공지능으로 감정은 물론 추억까지 느낀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고민하는 인간성. 우라사와는 로봇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플루토는 명랑한 분위기의 아톰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에선 “원작 내면에 흐르던 문제의식과 비장함을 끌어올린 작품”이란 찬사를 받았다.

2005년 일본의 각종 설문조사에서 최고 작품으로 꼽혔다. 다음 권이 나오는 속도가 느린 게 옥에 티다.

○ 복잡한 일상 속의 불완전함

플루토를 기다리기가 감질난다면 우라사와의 이전 작품을 읽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것도 방법. 꼼꼼한 그림 속의 풍부한 표정,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은 당대 최고로 꼽힌다.

스포츠만화 ‘야와라’와 ‘해피’는 착한 여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성공과 사랑을 차지하는 다소 뻔한 스토리. 야와라는 초기 작품이라 처음 몇 권은 그림체도 투박하지만 일본에선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일본 여자 유도의 영웅이던 다무라 료코의 별명이 야와라였을 정도. 테니스를 소재로 한 해피도 비슷한 플롯을 가졌지만 부담 없이 빠져들기 좋다.

웬만한 영화보다 뛰어난 우라사와의 섬세한 내러티브는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에서 만끽할 수 있다.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넘나들며 풀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는 그의 취재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마스터 키튼은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와 특수부대를 거친 보험조사원이 주인공. 엄청난 능력을 지녔지만 현실에선 이혼남에 별 볼일 없는 대학 강사이기도 하다. 하나씩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물이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키튼의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독일의 어느 소설이나 만화보다도 독일 풍경을 잘 살렸다”고 극찬받은 몬스터는 본격적인 미스터리 만화. 과거 동독 비밀실험에서 태어난 악마의 본성을 지닌 몬스터를 쫓는 한 의사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얘기한다. 세기말 인간의 다면성을 섬뜩할 정도로 실감나게 보여 준다.

일본 만화평론가 다나카 에이지는 우라사와 만화에 대해 “재미있고 완벽하고 장대하지만 어딘가 불완전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불완전함은 우라사와 만화의 독창적인 세계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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