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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출마 공식 선언

입력 | 2007-01-21 15:39:00


드디어 힐러리 클린턴(사진) 미국 상원의원이 20일 2008년 대통령 선거를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띄운 영상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부대통령을 노리는 그는 화면 속에서 "내가 나섰다. 이기려고 나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 후보결정전의 초반 전세는 힐러리 의원과 버락 오바머 상원의원이 선두권을 유지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20일 공개한 민주당원 대상 설문조사는 힐러리 41%, 오바마 17%였다. 공화당원이 뽑은 '우리 당의 지지후보'로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34%)과 베트남 전 전쟁영웅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27%)이 근소한 차이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두 정당의 다른 후보들은 10%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일 힐러리 의원은 워싱턴 자택에 칩거하며 선거자금 모금전화를 돌렸다. 방송카메라는 철저히 피하면서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미 언론의 관심은 탄탄한 리더십, 변호사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을 거친 풍부한 경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선거자금 조달능력, 리버럴 시민단체라는 배후조직까지 4박자를 갖춘 그의 당선가능성이었다.

그가 민주당 후보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힐러리 피로증상'의 극복여부, 설마 여성후보가 될까…하는 패배주의, 적극적 반대세력을 만든 '계산된 행동파'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지적됐다.

1992년 남편 클린턴 대통령의 혜성 같은 등장 이후 15년간 힐러리 부부를 지켜봐 온 유권자들의 식상함은 오바머 의원과 같은 새로운 스타가 급부상하는 토대가 됐다. 또 '행동 하나하나를 철저히 계산하기에 까닭 없이 싫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역시 선거운동 기간 그를 괴롭힐 악재다.

클린턴 행정부의 상무장관을 지낸 미키 캔터 씨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실체 없는 루머보다 '진짜 힐러리'를 보여주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르윈스키 섹스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만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존재는 그에게 더없는 원군이다. 지지자들은 "하나를 사면(힐러리를 뽑으면), 하나를 덤으로(클린턴 전 대통령을) 얻는다"는 구호를 통해 이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미 언론은 힐러리-오바머로 압축될 수 있는 선거구도가 선거자금 모금 능력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클린턴 의원은 1400만 달러를 확보해 70만 달러 선에 그친 오바머 후보의 자금력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선거비용 지출에 한도가 사실상 없다. 미 대법원이 이미 1970년대에 "(선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TV 정치광고를 선거비용 한도 때문에 제약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탓이다.

한편 같은 날 북한인권법 통과를 주도했던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도 출마를 선언했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보수파인 그의 출마를 두고 "대통령의 당선보다는 중도파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기독교 우파가 포진한 남부와 중서부 유권자 확보를 위한 '부통령 포석'으로 해석된다"는 풀이를 내놓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