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행사 참석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대전 대덕컨벤션타운에서 열린 대전불교사암연합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간담회에는 불교계 지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날 “불교에 대해 편견이 없으며,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불교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임진각 방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방문해 자유의 다리 철조망에 걸린 통일염원문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탈북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체포돼 강제 북송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소홀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파주=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 검증 논란이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는 한편 상대방의 약점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에 무대응 전략을 써 왔던 이 전 시장이 직접 포문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20일 대전 CMB엑스포아트홀에서 열린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 초청 특강에서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을 4명 키워 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저출산 해결 방안을 강연했던 여성 강사들이 자녀가 없었다는 점을 빗대 한 말이지만, 박 전 대표 측은 미혼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전 시장은 이와 함께 “청와대에서 기업인을 불러 놓고 ‘투자하라’ 해도 투자를 하지 않지만,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기업인들이 투자하고 싶을 것”이라며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자신의 장점을 부각했다.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가세했다. 이 부의장은 일제강점기에 부친이 창씨개명(創氏改名)한 사실이 최근 월간 ‘신동아’ 2월호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19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씨개명하지 않았다면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못 들어갔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라는 일본식 이름을 쓰고 있었는데 이 부분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의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을 거론했다.
박 전 대표도 ‘맞불’을 놓았다. 그는 20일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새 물결 희망연대’ 창립대회 축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 지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경제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경제 전문가라서 미국 경제, 영국 경제를 살린 게 아니다. 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다”라며 “국가지도자는 확고한 경제 철학을 갖고 유능한 경제 전문가들을 널리 등용해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를 자임하는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한 말이라는 게 박 전 대표 측근들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가 국민 화합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사심이 없고 도덕성에서 의심받지 않는 지도자만이 화합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며 모친인 육영수 여사 서거 후 퍼스트레이디 역을 대행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자신의 장점을 강조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만 교육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군 면제 사실을 거론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미혼이라고 교육 정책에 대해 잘 모를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답지 않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그렇다면 군 복무를 면제받은 이 전 시장은 국군 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냐”고 받아쳤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공방에 대해 ‘노코멘트’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한나라당에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상호 비방보다는 새로운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2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름이 뭐냐, 출생지가 어디냐, 애를 낳아 봤느냐 하는 것은 마치 동네 애들 싸움처럼 비친다”고 깎아내렸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