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쓰고 당시 중고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당했던 한 전직 대학 교수가 30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1958년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차종환(72) 씨는 1966년 동국대 농림대학 시간강사로 채용됐다. 이후 차 씨는 이 대학에서 전임강사를 거쳐 1973년 부교수로 승진 임용됐다.
차 씨는 2년 간 휴직하기로 하고 1975년 1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던 1976년 3월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차 씨는 시간강사로 임용된 후 10년 간 전공분야에서 22권의 저서를 내고 26편의 논문을 발표해 주변 동료 교수들로부터 인정받는 학자였다. 차 씨의 연구실적은 당시 문교부가 정한 '대학교원 임용에 대한 연구실적 심시기준'을 채우고도 남았다.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고 여긴 차 씨는 1976년 8월 학교 측에 복직원을 제출했으나 거부당했다. 차 씨가 당시 유신정권의 경제개발정책을 비판하는 환경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쓰고, 중고교 생물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학교 측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차 씨가 유신정권의 경제개발정책을 비판하고 중고교 교과서 오류를 지적한 일이 신문에 보도돼 당시 문교부 측이 이 대학 총장에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차 씨는 총장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은 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의환)는 동국대가 차 씨에 대한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한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이런 결정을 한 교육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연구실적 등을 볼 때 차 씨는 매우 성실하게 연구하는 학자였고 학생교육과 지도에도 성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학교 측이 정당한 기준으로 심사했다면 차 씨는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원고패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본보는 차 씨의 변호인을 통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차 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차 씨가 소송과 관련 얘기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통화하지 못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