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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통신업계 ‘오일머니 러브콜’ 전쟁

입력 | 2007-01-23 02:53:00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의 한 전자상가 판매원이 휴대전화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당신의 말을 선물로 바꾸세요.’(러시아 무선통신 1위 사업자 MTS)

‘통신 시간을 선물로 주는 건 쉬운 일입니다.’(2위 사업자 빔펠컴)

21일 오후 모스크바 남쪽 노브이 체료무시키 전자상가 앞에서는 이런 문구가 실린 광고 전단지를 통신회사 직원들이 앞 다투어 행인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러시아 무선통신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두 회사가 최근에 낸 광고 문구는 비슷했다. 휴대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

두 회사가 이런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신규 가입자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종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러시아 휴대전화 가입자는 지난해 8월 말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말 러시아 휴대전화 가입자는 1억 4000만 명. 휴대전화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런데 가입자당 월통화요금(ARPU)은 248루블(약 8300원)로 유럽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오일머니 유입 등으로 가입자의 실질 임금이 연 15%씩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무선통신 사업자들의 계산이다.

지금 무선통신 사업자들의 마케팅 전술은 일단 가입자들의 통화 시간이 길어지도록 유도하는 것. 매달 무제한 통화를 하겠다고 계약한 사람들에게 VIP 대우를 해 준다고 선전하거나 유명 인사들이 틈만 나면 휴대전화로 채팅과 문자메시지를 즐기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 가입자 1인당 통화량이 앞으로 5년간 매년 20%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편 무선통신시장이 포화 상태가 됨에 따라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휴대전화기 판매업체인 예브로세치는 지난해 휴대전화기 판매가 14% 줄었다고 발표했다.

제조업체들이 그나마 버틴 것은 휴대전화기 교체 수요와 신용카드 할부 제도 때문. 가입자의 30%는 각종 신용제도 등을 이용해 낡은 휴대전화기를 고급 제품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휴대전화기 시장 점유율 1위는 노키아(25.4%)가 차지했다. 2위는 삼성(22.6%), 3위는 모토로라(15.3%)였다.

올해에는 무선통신 사업자든,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든 불꽃 튀는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