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신랑 신부들이 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걸어 나간다. 트럼펫 도입부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연주가 결혼 서약을 한 남녀의 행진을 북돋운다. 하객들의 박수가 터진다.
지금도 지구촌 어느 곳에선가 울려 퍼지고 있을 ‘결혼행진곡’. 이 곡이 처음 연주된 것은 영국 왕실의 결혼식이었다. 1858년 1월 24일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윌리엄 왕자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는 결혼식 때 연주할 두 곡을 직접 골랐다. 바그너의 가극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은 입장할 때, 멘델스존의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은 퇴장 때 연주할 곡으로 정했다. 이 곡들은 결혼식 분위기와 잘 어울려 이후 유럽 상류층 여성들이 앞 다퉈 따라했으며, 결혼식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한여름 밤의 꿈’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이 작곡한 곡이다. 음악도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은 ‘한여름 밤의 꿈’ 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떠올릴 것이다. 멘델스존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환상적이고 기이한 분위기에 깊이 매료돼 곡을 쓰기 시작했다. 첫 곡인 서곡을 썼을 때 멘델스존의 나이는 불과 17세. 그는 이후 15년에 걸쳐 13곡을 만들었다.
작품의 ‘한여름 밤’이란 6월 24일,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무렵의 성 요한제 전야를 가리킨다. 유럽에서는 이날 요정들이 기묘한 사건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작품 내용도 환상적이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마을 처녀 헤르미아와 라이샌더가 둘의 결혼을 반대하는 헤르미아의 아버지를 피해 숲으로 도망간다. 여기에 헤르미아를 짝사랑하는 드미트리어스가 둘을 쫓고, 드미트리어스를 짝사랑하는 헬레나가 따라간다. 복잡한 사각관계를 해결해 주고자 요정 왕 오베론이 사랑의 묘약을 쓰지만, 시종 퍼크의 실수로 아무도 좋아하지 않던 헬레나를 드미트리어스와 라이샌더가 사랑해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신부 입장 때 연주되는 바그너의 ‘로엔그린’이 연인의 이별이라는 비극으로 끝나는 데 비해, ‘한여름 밤의 꿈’은 해피엔딩이다. 헤르미아와 라이샌더가,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가 화평하게 맺어진다. ‘결혼행진곡’은 무대곡 중 10번째 곡으로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성혼을 축하하며 연주되는 곡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