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페라 아틀리에’가 제작한 바로크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아래 사진)와 ‘악테옹’.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두 오페라는 바로크시대의 춤과 의상, 연주법, 무대 연출을 재현해 보여 준다. 사진 제공 서울 예술의 전당
《1607년 몬테베르디가 작곡한 ‘오르페오’는 실제 악보가 전해지는 최초의 오페라다. 유럽에서는 ‘오르페오’ 작곡 400주년을 맞아 바로크 오페라를 재조명하는 붐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바로크 오페라가 올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캐나다 바로크 전문 오페라단인 ‘오페라 아틀리에’가 제작한 17세기 오페라 ‘악테옹’과 ‘디도와 에네아스’가 2월 8∼1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또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로 유명한 헨델의 ‘리날도’(한국오페라단 제작)가 이탈리아 출신 거장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의 연출로 5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다.》
‘오페라 아틀리에’는 1985년 연출가 마셜 핀코스키와 안무가 재닛 징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한 단체. 17, 18세기 연주형태를 철저히 고증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2003년 11월 내한해 모차르트의 걸작 ‘돈 조반니’를 국내 처음으로 ‘원전 스타일’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조명으로 촛불을 사용한 점, 발레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춤동작, 뺨에 찍은 ‘미인점’과 같은 바로크식 화장법은 국내 오페라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는 르네상스 시대 부쩍 관심이 높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음악을 곁들여 공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 ‘악테옹’과 ‘디도와 에네아스’도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배경이다.
프랑스 출신 샤르팡티에가 작곡한 ‘악테옹’은 악테옹(악타이온)이 여신 다이앤(아르테미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다가 사슴으로 변하고, 종국에는 자신의 사냥개에게 물려 죽는다는 신화의 주인공이다. 영국의 퍼셀이 작곡한 ‘디도와 에네아스’는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트로이의 후예 에네아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두 작품 모두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처럼 대형극장에서 공연하기 위한 오페라들이 아니다. 소규모 공간에서 연주됐던 만큼 바로크 음악은 섬세한 앙상블이 매력이다. 19세기 대형 오페라의 엄청나게 큰 음량에 젖어 있던 관객들은 오히려 음량은 작지만 화려한 꾸밈음과 자연스러운 울림에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연주를 맡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강효정 음악감독은 “바로크 음악은 작곡가들이 악보에 일일이 모든 것을 다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악기편성부터 연주까지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맛이 있다”며 “24명으로 구성된 원전악기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앙상블을 위해선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 씨는 “바로크 오페라는 ‘콜로라투라’, ‘멜리스마’(모음으로 화려하고 빠른 패시지를 연주하는 기교) 등 극단적으로 복잡한 아리아와 굉장히 느린 전원풍의 아리아가 교차된다”며 “처음엔 생소하지만 패턴에만 익숙해지면 바로크 오페라도 고음악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 많이 공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만∼11만 원. 02-580-1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