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가가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새해에는 주가가 많이 상승할 것이라더니, 오르기는커녕 뒷걸음질을 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24일 20포인트 가까이 반등한 코스피지수는 25일에도 상승세로 출발해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결국 소폭 떨어진 채 끝났다. 새해 들어 주가는 지난 연말에 비해 52.1포인트(3.63%) 하락했다. 본보 증권팀은 국내 대표 증시분석가로 손꼽히는 김영익(48)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주요 증권사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이며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는 이정호(40)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긴급 증시진단을 들어봤다.》
○ 김: “지금은 주식 쉬어야 할 때”
김 센터장은 “지금은 주식을 쉬어야 할 때”라며 “2분기(4∼6월)에 코스피지수는 1,250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종 경기지표들이 나쁘고 기업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미국 경제는 경착륙(경기 침제가 급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가고 있다.”
그는 “올해 증시는 전체적으로 ‘V’자 형태를 보일 것”이라며 “2분기에는 주식 비중을 줄인 뒤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7∼12월)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신증권에서 대한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김 센터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가 추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증권가에 알려져 있다.
2001년 미국 9·11테러가 일어난 뒤 1주일 만에 71.81포인트가 빠지며 폭락했을 때 그는 “이젠 주식을 사야 한다”며 급등세를 전망했다. 실제로 그해 코스피지수는 9월 17일 468.76을 저점으로 연말 693.70까지 치고 올라갔다.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형성하며 1,400 선을 오르내리던 지난해 2월에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장밋빛 전망들을 내놓았지만, 김 센터장은 “2분기에는 1,200 선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거짓말처럼 주가는 그해 6월 13일 1,203.86까지 고꾸라졌다.
○ 이: “앞으로 점점 올라갈 것”
이 센터장은 향후 주가전망과 관련해 ‘상저(上低) 하고(下高)’라는 표현을 썼다.
올해 상반기에는 다소 조정을 받으면서 완만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에는 급격한 상승세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세계 경기는 지난해 4분기(10∼12월)를 기점으로 바닥을 쳤다”며 “올해는 완만하게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크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
2분기에 1,250 선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김 센터장의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센터장은 “1,300 선 밑으로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냈다.
“유가가 떨어지고 소비 둔화 움직임도 멈추면서 생산이 늘어나 국내 기업의 실적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전체적으로 ‘우상향’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다만 변수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추가 긴축 조정 여부라고 했다. 중국은 유동성 축소를 위해 연초 은행권의 지급준비율을 0.5% 인상한 상태다. 일각에선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물가수준이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면 지준율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38세의 나이로 미래에셋증권의 리서치센터 사령탑에 앉은 이 센터장은 국제금융시장과 국내 증시를 아우르는 안목이 뛰어난 젊은 투자전략가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