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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X파일]국제팀워크 위해서라면 바퀴벌레 튀김도…

입력 | 2007-01-26 03:01:00


오늘 특식은 바퀴벌레 튀김! 옆에 있던 중국인 연구 파트너가 이런 ‘귀한’ 음식은 자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친절하게도(?) 직접 집어 준다. 날개를 떼고 몸통을 통째로 입에 넣으면 된다며 시범까지 보여 준다. 두 눈 딱 감고 그냥 삼켰다. 맙소사! 그 친구는 “You like it!” 하면서 한 마리를 더 건넨다.

지금 돌아보면 참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의 적극적인 모습에 중국 친구들은 흡족해 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유엔대학이 함께 운영하는 국제환경연구소를 이끌면서 아시아 여러 지역의 연구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연구를 하다 보면 이처럼 별난 사연들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있는 한 호수의 수질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호수의 오염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적잖이 놀랐다. 그런데 조사를 마친 직후 바로 그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로 요리한 음식을 대접받았다. 난감했다. 그래도 성의를 봐서 먹을 수밖에.

국내에서 국제학회를 개최하면 한국 음식을 접한 외국인 과학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바로 ‘용감무쌍형’과 ‘음모경계형’이다.

용감무쌍형은 어떤 음식이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먹기를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음모경계형은 혹시 ‘엽기적인’ 재료로 만든 혐오 음식을 먹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나 경계심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용감무쌍형 과학자가 초청자에게서 환영받고 본인 또한 그 나라의 문화에 더 잘 적응하는 건 물론이다. 결국 함께 연구를 할 때도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된다.

내가 바퀴벌레 튀김이나 오염된 물고기를 마다하지 않는 까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경보가 내려진 중국이나 베트남의 가금류 농가를 방문해 조사를 하거나 총파업으로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네팔 지역을 돌아다니는 모험에 선뜻 나서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는 환경공학자들이 공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국제 공동연구는 그야말로 필수다. 외국인과 공동연구를 하려면 국경과 문화를 뛰어넘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김경웅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 교수 국제환경연구소장

kwk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