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한 고수가 두부 위에 벽돌 한 장을 올려놓고 그 위에 다시 두부를 올려놓는다. 손을 천천히 움직여 커다란 원을 그리는가 싶더니 벼락같이 두부를 내리친다. ‘퍽’ 소리와 함께 벽돌이 두 동강 났다. 벽돌 위아래에 있던 두부는 상처 하나 없다.
중국 무술 중 최고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철사장(鐵砂掌)’이다. 이 무공은 적에게 아무런 외상을 남기지 않고 내상만 입히는 기술이다.
무협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조만간 암 치료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국립암센터에서 시작할 ‘양성자 치료’ 얘기다.
무림 고수의 손에서 나오는 강력한 ‘기(氣)’ 역할을 하는 것은 수소 원자핵으로 이뤄진 양성자 빔이다. 양성자 빔을 사람 몸에 쏘면 빔의 세기에 따라 특정한 깊이에서만 에너지를 방출하는 ‘브래그 피크’ 현상이 발생한다. 빔의 세기를 조절하면 무림 고수가 두부 사이의 벽돌을 깨듯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정확히 파괴할 수 있다.
수술로봇과 표적항암제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수술로봇은 의사를 대신해 수술 부위의 혈관과 신경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정교하게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증식할 때 내놓는 유전물질과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만 선별해 공격한다.
과학동아 2월호는 국립암센터의 도움을 받아 2015년의 암 진단 및 치료법을 특집으로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