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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열린우리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 강재섭대표 신년 회견

입력 | 2007-01-27 03:11:00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민생경제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失政)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개헌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친북세력과 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대선 승리를 위해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한나라당 중심의 ‘중도보수 대통합’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으로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든 데 대한 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능하고 뻔뻔한 정권,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중단해야”

강 대표는 “경쟁국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는) 성장은 둔화되고 분배마저 악화됐다. 국민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돌리고 막말부터 한다”며 “(노 대통령은) 어설픈 진단, 억지 논리, 짜깁기 통계, 무책임한 낙관론으로 잘못을 호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야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개헌 논란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민생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고 다음 정권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정권 연장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악용하면 자칫 북핵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강 대표는 공정한 대선을 위해 △중립내각 구성 △한나라당 대선주자에 대한 비판 중단 △노 대통령이 여권의 정계개편에 축이 되려고 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반(反)열린우리당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여당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원하면 중도보수 대통합 차원에서 영입하겠느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에 있던 분들은 우리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관계없이 그 당적을 갖고 해야 한다”며 “지난 4년간 정치 경제 사회적 해악을 끼친 세력인 열린우리당이나 노 대통령 등 집권세력과는 연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강 대표는 “선진화를 이루자는 모든 세력과는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모든 정당·정파와 연대가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강 대표가 현재 여권에서 ‘반한나라당’ 구도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신당 논의에 대응해 ‘반노무현+반열린우리당’ 세력의 대통합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승리위원회에서 대선 후보 경선 룰 결정”

강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다음 달 초 ‘2007 국민승리위원회’를 출범시켜 후보 측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경선 방식, 시기, 심지어 후보 검증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올해 대선을 진정한 정책 경쟁으로 이끌기 위해 미래전략기구를 당내에 설치해 나라의 틀을 다시 짜고 재도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모양만 그럴싸한 전시형 기구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생경제 살리기 최우선 추진”

강 대표는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분야별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반값 아파트 공급과 후분양제 확대, 공공분양원가 공시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서민주택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기금을 신설하고 매년 1조 원을 출연해 대학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방안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빈곤층의 재활을 돕기 위해 ‘일하려는 의지’를 담보로 종자돈을 빌려 주는 ‘사회책임연대은행’을 설립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정년제도와 임금체계도 선진국형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반값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를 지을 땅이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없다. 국가장학기금이나 사회책임연대은행처럼 많은 자금이 필요한 정책은 국민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민생회담 핑퐁게임

靑 “개헌도 포함을” 역제의

한나라 “회담거부 명분일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민생경제회담’을 제안했으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서로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대통령과 만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장시간 협의한 뒤 ‘개헌 논의’를 회담 의제에 포함시키자는 역제의를 했다.

개헌 문제에 대한 일체의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역제의를 사실상 회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청와대가 민생회담 제안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 위해 개헌 문제를 의제로 포함시킨 것 아니냐”며 “정략적 의제를 제외한 민생경제회담 제안을 받아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와 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영수회담 ‘핑퐁게임’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 강행 의사를 밝힌 직후 강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청와대는 “당정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영수회담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며 형식을 문제 삼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 대통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으나 강 대표가 “그런 협상이 이 시점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거절했다.

강 대표는 이날 “대통령은 북핵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거부하다가 개헌이나 연정 등 정략적 의도가 있는 사안과 관련해 필요할 때는 만나자고 해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