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지 말라는 전교조 새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전교조가 오늘의 여당에서 참고할 바가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문제를 중시해 줬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그동안 오락가락해 온 김 의장의 행보에 비추어 미덥지는 못해도 그의 말에 나름대로 뼈아픈 후회가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잣대로도 전교조의 활동이 도(度)를 넘어섰다고 보이기에 김 의장이 이런 쓴소리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보통 학부모들은 전교조 교사가 자녀의 담임이 될까 봐 가슴 졸이는 것이 현실이다. 전교조 일각의 빨치산 추모 학습, 북한 선군(先軍)정치 찬양 같은 맹목적 친북좌파 이념활동에 대해선 다수 국민이 개탄하고 있다. 교원평가제 반대 연가투쟁 같은 무사안일의 ‘철밥통 주의’도 학부모들이 나서서 혁파를 외칠 정도다.
작년 말 새로 구성된 전교조 지도부는 전임 지도부에 비한다면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정진화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된 관행과 사업 방식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학법 재개정 반대 투쟁이나 집단연가 징계절차에서 보여 준 집단이기주의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제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석행 씨가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 씨는 사회적 대화(노사정 대화)를 중시하다가 강경파의 반발로 중도 사퇴한 이수호 전 위원장 밑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러나 온건파가 민주노총 안에서 과연 힘을 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비정규직 위에 군림하면서 각종 비리와 파업만능주의에 중독돼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로부터도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여당 소속 의원들이 난파선(難破船)에서 앞 다퉈 뛰어내리는 듯한 오늘의 사태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두 단체는 민심 이반(離反)이라는 측면에서 여당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