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경 재개될 6자회담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 핵의 동결 단계를 넘어서 원자로 시설 해체 등 핵 폐기의 초기 일정까지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 중단은 당연히 포함된다. 가능하면 합의문에 핵 폐기 돌입 시점에 관한 문구를 넣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6∼18일 북-미 베를린 회동에서 이런 구상을 밝히면서 그 대신 대북(對北) 중유 제공 등의 구체적인 상응 조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단번에 ‘크게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 완료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이 쥔 카드를 여러 개로 나눠 하나하나 최대치의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그게 받아들여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핵 폐기 이전 단계인 핵 동결 시 중유 제공을 요구하고 핵 폐기 절차 돌입에 대한 요구 조건으로 더 큰 것을 받아 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계별 ‘시한’을 정해 가능한 한 빨리 핵 동결과 폐기를 끌어내려는 한국 미국의 생각과는 달리 최대한 그 이행 시기를 늦추면서 기간 단축의 조건으로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7일 6자회담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국 방문을 마친 뒤 “이번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어느 정도 진전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될 대북 금융 제재 관련 실무회의도 6자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북한 계좌 문제를 논의할 워킹그룹 회담이다.
만약 미국이 BDA은행에 동결된 일부 합법 자금을 풀어 주는 등 금융 제재 해제 절차와 그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6자회담에서 핵 폐기 논의는 물론이고 핵 동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반면 미국은 이번 워킹그룹 회담에서 금융 제재의 배경과 이를 풀기 위한 북한의 재발 방지책 등 기술적인 문제를 주로 얘기한 뒤 6자회담에서 북한의 태도를 보고 금융 제재에 대한 방침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 정부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대북 금융 제재 완화에 적극적이나 금융 제재 주무 부처인 재무부에는 핵 문제와 금융 제재를 연계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