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나노과학부 박사과정 박현정(왼쪽) 씨와 스승 김관묵 교수.
“실패를 거듭해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어요. 웬만한 학생 같으면 진작 손놨을 겁니다.”(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김관묵 교수)
“교수님은 학생을 전적으로 믿고 고민상담까지 해주시는 분입니다.”(제자 박현정 씨)
김관묵(46) 교수에게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현정(26) 씨는 특별한 제자다. 끈질긴 연구 끝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줬기 때문이다.
이들 사제 간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던 김 교수의 연구실에 상명대 화학과 4학년 박 씨가 연수생으로 합류했다.
당시 김 교수는 D-아미노산이라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세균이 갖고 있는 효소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L-아미노산을 D-아미노산으로 바꾸는 사실에 착안해 이 효소를 닮은 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교수와 박 씨는 새로운 화합물을 디자인해 실제로 합성한 다음 D-아미노산 전환 기능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김 교수는 “현정이는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 금방 포기하는 여느 학생들과 달랐다”고 칭찬했다.
스승과 제자는 2004년 이화여대로 함께 자리를 옮겨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드디어 최근 L-아미노산의 90∼95%를 D-아미노산으로 전환하는 ‘바이놀 유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11일자에 실렸다.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편집진도 이 논문을 주목해 26일자 ‘하이라이트’ 코너에 소개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