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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하면 무조건 사라?…외국인 사기·바가지 피해 여전

입력 | 2007-01-29 15:32:00


"시식 코너에서 시식을 하면 '먹었으면 물건을 사야지 왜 그냥 가느냐'며 윽박지르는 경우가 있어요."(주한 외국인 A씨)

"월세로 집을 계약했는데 1년 치 월세를 선불로 달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는가 싶어 돈을 냈습니다."(외국인 B씨)

한국 실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외국인에 대해 바가지요금을 씌우거나 강제로 물건을 파는 일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9일 '국내거주 외국인 소비생활 실태' 보고서를 내고 주한 외국인에 대한 강요 판매나 사기 판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3개월 이상 수도권에서 살고 있는 합법 체류 외국인 545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만족스러웠거나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외국인이 41.0%에 이르렀다.

불만의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품질 및 안정성 부족(37.1%) 같은 일반적인 것 외에 △바가지요금(33.0%) △외국어 표기나 안내 미흡(42.1%)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입과 사용이 어려움(13.6%) 등 외국인을 차별해서 생긴 문제도 적지 않았다.

피해 사례도 다양했다.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합법적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자신의 이름으로 구입하지 못하고 한국인 친구의 이름을 빌려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예 일정 금액의 예치금을 미리 내야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는 일도 있었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때에 "은행 예금을 담보로 제시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처럼 예치금이나 담보 등을 요구받은 외국인은 대부분 저소득 국가 소속이었다.

또 "발급받은 신용카드로는 영화예매 등 인터넷 예약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월세를 구할 때 1, 2년 치 월세를 미리 받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월세를 매기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한 외국인들 상당수가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참고 지내는 일이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외국인 가운데 "그냥 포기했다"고 답한 경우가 55.4%로 가장 많았던 반면 사업자나 판매자에게 해결을 요구(33.3%)하거나 소비자보호 단체 및 기관에 신고(6.8%)하는 경우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소보원의 김현주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물건을 팔거나 광고와 전혀 다른 상품을 강매하는 일이 많다"며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외국인도 같은 국민으로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