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부동산대책의 후속으로 나온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서민을 힘겹게 하고 있다. 부동산 폭등 사태는 전국에 벌여 놓은 무리한 개발정책과 유동성 관리 실패 탓인데도 서민과 중산층이 규제의 대상이 돼 고통을 겪고 있다.
‘1·11대책’으로 주택대출이 1인 1건으로 제한되면서 대출 규제 대상자가 20만9000명이나 한꺼번에 늘어났다. 그중 7만여 명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제2금융권에 의지하고 있는 서민층이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대출액 배율이 높아 이번 규제의 충격이 크다.
규제의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 대부업체, 특히 외국계 대부업체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홀대받는 서민들은 더 비싼 이자를 물면서 외국계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어야 할 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에게 “다음에 사도 되는데 왜 앞질러 샀느냐”고 나무랐다. 그러나 서민과 중산층은 내 집 넓혀 갈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라면 가혹하다. 서민을 배려하는 정부라면 무차별 규제에 앞서 주택금융공사의 서민용 주택대출인 ‘보금자리 론’이라도 늘려 놓았어야 옳았다.
은행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끌어올린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었다. 몇 달 만에 0.7%포인트 올라 1억 원 대출의 이자부담이 연간 70만 원 늘어났다. 반면 은행 예금금리는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는 기존 담보 대출자에게 부동산 값 폭등 책임을 지워 이자를 더 내게 하고, 그 돈으로 은행 금고를 채워 주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알고도 규제책을 내놓았다면 현 정부는 서민의 정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사전에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하다. 노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간에 민생(民生)회담이 열리게 되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이 무거워지는 서민의 주택금리 부담 문제다. 청와대는 ‘부동산 신호등을 세웠다’는 자화자찬일랑 그만두고 서민금융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부동산 부자 잡자고 서민과 중산층을 울려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