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구분하는 기준은 ‘1·11 전’과‘1·11 이후’가 될 것 같다. 주택 청약에서 대출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규제가 ‘1·11대책’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23일 신년연설에서 “이번에는 (부동산이) 반드시 잡힙니다.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면서 채택 못했던 강력한 대책 모두 다 했습니다. 빠져나갈 길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정책이 바뀐 만큼 주택 청약환경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오랫동안 집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은 매우 유리해졌지만 작은 집이라도 갖고 있는 유주택자들은 청약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확 바뀐 청약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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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대책의 핵심은 분양가 상한제다. 9월부터는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아파트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분양가를 제한하면 투기 수요가 몰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청약 가점제를 도입한다. 가구주 나이, 무주택 기간, 부양자녀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점수로 매겨 순위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낮은 분양가로 인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채권입찰제를 적용한다. 채권매입액 상한액은 주변 시세의 80%. 여기에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으면 무조건 청약 1순위에서 배제키로 했으며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해 돈줄도 조였다.
○유형별 청약 전략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새 대책이 시행되는 9월 1일 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
결혼을 해 자녀가 있는 무주택자는 9월까지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된다. ‘2기 신도시’나 서울 뉴타운을 고려할 만하다.
단,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청약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입주 후 바로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아파트도 7년(25.7평 이하)간 되팔 수 없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은 9월 1일 이후엔 사실상 인기 지역에서의 청약은 포기하는 게 낫다. 청약 점수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을 옮겨야 한다면 그 전에 청약해야 한다. 싼 분양가를 노려 굳이 9월 1일 이후 청약하고 싶다면 중대형 평형이 그나마 당첨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면 상당히 곤혹스럽다. 이번 대책은 주택의 소유 여부만 따질 뿐 가격이나 평형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값이 싼 다세대·다가구주택 소유자는 집을 팔아 기존 아파트로 옮기기도 어렵고 청약 점수도 낮다.
따라서 융자 혜택이 좋은 아파트를 노려보는 게 낫다. 주택 분양시장이 냉각되면서 계약금을 나눠 내거나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아파트가 많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 ‘청광플러스원’, 강서구 염창동 ‘보람더하임’, 양천구 신정동 ‘코아루’ 등은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청약 점수가 낮은 신혼부부는 3월까지 기다려 보자.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안에서 신혼부부 등에 대한 보완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젊은 층은 우선 청약저축통장에 가입해야 하고, 기존 아파트를 살 생각이면 역세권 소형 평형이 좋다”고 조언했다.
○매수 매도 시점은
이번 대책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 아파트 값이 낮아지면 인근 아파트 값을 일정 기간 묶어 두는 효과가 있는 데다 청약 시장으로 주택 수요가 몰리기 때문.
전문가들은 집을 파는 시점으로는 9월 이사철 전후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요즘은 매수자가 워낙 줄어 제값을 받기 어렵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전후해서는 매물이 늘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지금도 가격 조정을 크게 받지 않는 서울 강남의 인기 지역이나 고가(高價) 아파트는 까다롭게 매각 시점을 조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역으로 기존 아파트를 사는 시점은 올해 상반기가 적당하다. 비(非)강남권이나 수도권 외곽은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급매물이나 새로 개발되는 역세권 단지를 고려하되 당장 입주하지 않아도 되면 강남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한정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