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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아이폰, 애국심과 통~했다

입력 | 2007-01-30 03:00:00


미국에서 3대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는 매일 오후 6시 반(동부시간 기준)에 시작된다. 방송 시간은 정확히 30분. 중간 광고 때문에 실제 뉴스 시간은 이보다 짧다.

미국에선 방송뉴스에서도 국제 뉴스의 비중이 크다. 전 세계에 걸쳐 이해관계가 없는 곳이 없기 때문. 그래서 웬만큼 중요한 뉴스가 아니면 3대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 아이템에 포함되기 어렵다.

그런데 9일 3대 미 방송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신제품 발표 현장을 집중 보도했다. 앵커들은 “드디어 기다리던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흥분했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제품은 애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2007년 행사’에서 선보인 휴대전화 아이폰. 방송 카메라는 청바지 차림의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들고 “어떤 휴대전화에 비해서도 5년 앞선 혁명적이고 신비로운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을 그대로 비췄다.

‘아이폰 신드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은 일주일 넘게 계속 아이폰이 몰고 올 영향, 성공 가능성, 애플 주가 전망 등을 쉴 새 없이 다뤘다.

그렇다면 왜 아이폰은 미국인들을 흥분하게 만들까?

첫째는 ‘홍보의 귀재’라고 불리는 애플의 탁월한 홍보 전략 때문이다. 애플은 제품을 발표하기 전에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집한다. 아이폰도 마찬가지.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보니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폰의 모습을 가상으로 꾸며 본 상상도 역시 수많은 변종이 나돌았다. 이렇게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 아이폰이 공개되니 미디어, 나아가 소비자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애플이 미국 브랜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전자 등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접하는 제품 중에서 1등을 하는 미국 브랜드는 드물다. 대개 유럽이나 아시아 회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팟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플은 미국인들로서는 자랑스러운 회사인 것이다.

애플이 탁월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제품으로 ‘애플 마니아’라고 불리는 팬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점도 인기 요인.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 설치된 애플 스토어는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이들은 이곳에서 애플 제품과 ‘데이트’하면서 애플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