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나]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며 지식과 정보를 생산, 소유, 활용하는 역량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부와 명예가 크게 달라진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략)
지난 수십 년간 각종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화를 지연시킨 관료제 정부 조직이 시민의 일상 업무를 간섭하고 있다. 정부 조직은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변화를 늦춘다. 정부의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해 도로 건설 계획 하나를 승인 받는 데 7년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정부는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20년 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5년 단위로 집행되는 15개년 방위 계획 프로그램을 운용하려고 할 때, 예산은 1년 단위로 확보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3년 계약직에 불과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해설::
서울대는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논제를 풀 수 있도록 ‘제시문 나’ 등 2개의 제시문과 3개의 예화를 제공했다.
경제학자들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원 혹은 소득의 분배 등은 시장의 자율적 가격 기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완전 경쟁의 조건이 만족된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공공재나 독과점처럼 완전 경쟁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엔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완전 경쟁의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시장에 의한 자원이나 소득 분배가 효율성 혹은 공평성 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사례들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한다.
이러한 일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누구일까?
현대의 혼합 경제에서는 이런 역할을 정부에 기대한다. 그렇다고 ‘시장의 실패’, 그 존재 자체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실패하듯 정부도 때때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의 결과로 오히려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부른다.
사실 일부 경제학자는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실패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우선 공직자들은 사회 전체의 공공이익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만, 어떤 방법으로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또 공공이익을 우선한다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과 사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견해가 왜곡될 수 있다.
여기다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화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부는 정보의 제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정부도 전지(全知)하지 않기 때문에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많은 정부실패는 이러한 정부의 제한된 정보에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경제활동은 시장의 경쟁 원리에 맡겨 두고, 정부는 시장 질서를 엄격하고 공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