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인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시작됐다.
건설교통부, 환경부, 환경단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인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지발협)’가 지난달 28일 운하 건설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으나 결론은 내지 못하고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지발협 내 건설 찬성파 위원들은 29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고, 환경단체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면서 찬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표류하는 국책사업=인천 부평구 철마산을 발원지로 해 계양구∼경기 김포시∼한강으로 흐르는 굴포천.
대부분의 유역이 해발 10m 이하의 저지대로 홍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정부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길이 8.5km의 굴포천 상류에 대한 확장공사를 하면서 굴포천 물길을 한강∼서해로 연결하는 경인운하사업에 착수했다.
민자유치법에 따라 현대건설 등 11개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경인운하㈜가 1998년 사업시행자로 확정돼 실시 설계 작업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졌고, 경제성에 의문이 있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2004년 7월 사업자 지정이 취소되면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경인운하㈜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지난해 1심 판결에서 초기 사업비용 507억 원을 정부에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자 지정 취소를 둘러싼 행정소송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인운하 건설과 상관없이 치수 대책 일환으로 굴포천 배수로 폭을 80m까지 늘리는 공사를 2008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결론 못 내리는 속사정=국책사업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자 여론수렴기구인 지발협이 2004년에 구성돼 치수공사를 계속하도록 했다.
그러나 논의의 핵심인 경인운하사업에 대해서는 추천위원 12명이 찬성과 반대로 6명씩 나뉘어 팽팽하게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성 재평가 용역을 맡은 네덜란드 DHV와 한국의 ㈜삼안의 최종 보고서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이 보고서에서는 폭 80m로 경인운하를 건설하면 물류 이동 등에 경제성이 있으며 요트, 수영 등을 위한 레저시설 설치도 권고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용역보고서가 비용을 축소하고 경제성을 부풀렸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발협이 경인운하 건설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발협이 지난해 이 같은 권한을 요청했으나 국무총리실이 거부했다.
지발협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국책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셀 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 여부가 결정된 적이 없다”며 “지발협이 국무조정실에서 갈등조정과제로 선정한 경인운하사업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 유·불리를 떠나 ‘사회적 약속’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발협 내 경인운하 건설 찬성파 교수 4명은 최근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면 찬반 동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진정한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없다”며 사퇴했다.
이들은 지발협의 활동 내용을 백서로 펴내고, 정부가 이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방침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