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미지’의 시인 오규원(사진) 씨가 2일 오후 5시 10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고인은 1991년 폐기종 진단을 받고 강원 영월, 경기 양평 등지에서 요양생활을 해왔으며 최근 병세가 악화돼 입원했다.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68년 ‘현대문학’에 시 ‘몇 개의 현상’이 추천완료돼 등단했다. 첫 시집 ‘분명한 사건’(1971년)부터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1981년), ‘사랑의 감옥’(1991년), 최근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2005년) 등 13권의 시집과 ‘현대시작법’ 등의 평론집을 냈다.
오 시인의 시 철학은 ‘날(生·생)이미지’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인식과 관념을 언어로 형상화한 초기 시를 지나 시집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1987년)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허위성에 저항하는 해체적인 시 작업을 계속했던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시적 전환을 시도한다. 대상을 인간의 관념에 가두는 것을 거부하고 개념화하기 이전의 의미, 날것 그대로의 현상을 시로 옮기는 시도였다.
문장사 대표를 지내면서 ‘김춘수 전집’ 등을 내기도 했던 그는 1982년부터 20년 동안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문인을 길러낸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신경숙 함민복 하성란 박형준 장석남 천운영 윤성희 심상대 씨 등 서울예대 출신 문인 46명이 고인과의 인연을 돌아본 ‘문학을 꿈꾸는 시절’을 회갑기념문집으로 내기도 했다.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연암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방송작가인 부인 김옥영 씨와 2남 1녀가 있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 장지는 인천 강화군 전등사 수목장.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02-3410-315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