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나라당에는 독특한 인사법이 유행했다.
당직자들은 박근혜 당시 대표의 근황이 궁금하면 “대표가 ‘전투복’을 입었느냐”고 묻곤 했다. 전투복이란 박 전 대표의 바지 정장 차림을 뜻했다.
평소 스커트를 선호하는 박 전 대표.
그러나 정국의 고비에선 언제나 바지를 입었다. 중요한 기자회견이나 장외투쟁을 할 때, 민생 현장을 방문할 때는 어김없이 바지였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옷차림을 통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의 패션은 부인 김윤옥 씨가 챙긴다고 알려져 있다. 부인의 내조 덕택에 이 전 시장은 정치인 베스트 드레서로도 뽑혔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자신도 패션을 소화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치인들이 즐겨 매는 넥타이 색깔은 대개 붉은색이나 푸른색.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대표부터 일선 당원까지 유독 노란색을 많이 맨다. 패션의 색깔을 통한 정치 메시지다.
정치인에게 옷차림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자신을 위해 먹되 남을 위해 입으라”(벤저민 프랭클린)는 충고대로 패션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정치인이라면 자기만의 패션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 줘야 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패션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정재우 교수 연구팀과 함께 대선 주자 5명의 패션 스타일을 평가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분석 대상이다. 패션디자이너 장광효 씨,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 용인 송담대 스타일리스트학과 홍승환 교수가 도움말을 줬다.
분석 결과 ‘정치인의 옷차림은 고리타분하거나 개성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은 이들 대선주자 5명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각자 고유한 스타일을 지녔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의상을 택하는 감각도 뛰어났다.
여성이라는 차별성을 감안해도 박 전 대표는 돋보였다. “너무 완벽한 게 단점”(정 교수)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과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데도 남달랐다.
이 전 시장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다웠다. 짙은 정장에도 셔츠와 넥타이에 변화를 줘 무난함과 개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손 전 지사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린 영국 신사 스타일이다.
또 정 전 의장은 사진이나 화면이 잘 받는 깔끔한 모범생, 김 의장은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노타이도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약점도 있다. 5명 모두 슈트를 크게 입는 경향이 강하고 고정된 스타일을 강조해 딱딱한 느낌을 줬다.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했으나 오히려 어색한 경우도 있었다. 넥타이를 맸는데도 단추가 보이거나 정장엔 무조건 검은색 구두만 신는 한국 중장년층의 특징을 드러냈다.
■이명박… 딱딱해 보이지만 세련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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