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7·삼성전자·사진)는 전지훈련을 떠날 때면 노트북컴퓨터를 꼭 가지고 다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 우석이(4) 승진이(3)와 인터넷 화상대화를 하기 위해서다.
마라톤 대회의 출전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약 3개월. 이 기간엔 가족과 떨어져 합숙이나 전지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이 지겹고 힘이 들 때 두 아들과 인터넷 화상대화를 나누다 보면 불끈불끈 힘이 솟는단다.
“매일 아이들 얼굴을 안 보면 잠이 안 와요. 너무 예뻐요. 우석이는 말도 제법 해요. 화상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두 아들 생각에 불우어린이 돕기 기꺼이 참여
아들 얘기만 하면 친근한 이웃집 삼촌 같은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6일 제주도에서 몸만들기에 들어간 이봉주는 1월 12일 경남 고성으로 옮겨 지구력 훈련을 한 뒤 1일 일본으로 건너갔다. 4일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전지훈련을 한 뒤 이달 말에 귀국하는 지옥의 레이스지만 전혀 힘들지 않단다. 두 아들이 있기 때문에.
이봉주가 3월 18일 열리는 200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에서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자선마라톤에 참가한다. 동아마라톤이 실시하고 있는 ‘42.195는 사랑입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좋은 일인데 당연히 동참해야죠. 이 세상엔 어렵게 사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눈물이 나요. 미약하지만 그 애들을 위해 뛰겠습니다.”
자선마라톤 행사 프로그램에 따라 이봉주는 레이스 후 일정 금액의 성금을 낼 예정이다. 또 이봉주는 인터넷, 자동응답전화(ARS·방송과 연계)를 통한 후원 및 레이스 당일 현장 팬들의 후원을 받는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서울마라톤사무국은 이봉주가 모금한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기업들에서 후원받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기록 단축이 목표지만 모금도 많이 했으면”
물론 이봉주의 목표는 기록 단축이다.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세운 자신의 한국최고기록(2시간 7분 20초)에 근접하는 게 목표다. 이봉주는 2004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8분 15초를 뛴 뒤 그해 아테네 올림픽(2시간 15분 33초·14위), 2005 베를린 마라톤(2시간 12분 19초·11등) 등에서 부진했다.
국내 현역 최고령 선수지만 아직 이봉주를 능가하는 선수가 없다. 그가 지금까지 뛸 수 있는 원동력은 철저한 몸 관리 덕분. “마라톤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는 게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의 말이다.
1990년 풀코스에 입문한 뒤 16년 동안 36번 도전해 34번이나 완주한 힘이 여기에 있었다. 현역 엘리트 선수로 풀코스 34회 완주는 전 세계에서도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드물다.
이봉주는 휴가 때도 하루 1시간 30분 이상을 달린다. “안 달리면 몸이 근질근질해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단 하루라도 쉬면 마라톤선수가 아니다’라는 스스로의 원칙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선수 생활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달리고 있는 이유다.
“힘닿는 데까지 뛰어야지유∼.” 이봉주는 지금까지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